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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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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 손누비 이불과 손누비 절방석들 오늘은 오랜만에 오리미 리빙 코너를 업데이트해볼까 합니다. 주말의 햇살을 받고 있는 누빔 방석들이에요. 침선 방에서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많은 바느질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한두 번째 꽂히는 것이 아자형 누빔입니다. 누비 모양을 보시면 실이 한뻠정도 쭉 가다가 90도로 틀어서 또 한뼘가고 또 90도 틀어 또 가고를 반복하죠.? 마치 거미가 집을 정사각으로 짓듯이 말이에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 간격이 살짝씩 다를 것이고 잠시 쉰 자리가 표가 날 수도 있겠죠. 멀리서 보면 기계로 놓은 듯 고르게 보이지마는 가까이서 보면 조금씩 그 한땀한땀이 보이는 것이 바로 '손맛'아니겠어요. 이 절방석은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하루에 하나 만들기가 힘들어요. 아침 일찍 누비사가 일을 시작해서, 차려주는 점심을 먹고 바로 ..
짙고 차분한 색감의 새 털배자 둘 보송보송한 밍크털을 그득 달고- 하지만 좀더 차분한 색감으로 만들어진 새 털배자입니다. 상큼, 발랄 보다는 차분하고 분위기 있는 무드를 더 좋아하시는 새신부들께, 또- 새색시 시절을 지나 좀 더 고상한 분위기를 내고 싶은 중년 분들께도 어울릴 배자가 아니려나...미리 상상해 봅니다. 보랏빛이라 더 매혹적인! 겉감에서 느껴지는 보랏빛 보다는 (사실 남색의 느낌에 더 가깝죠) 안감에서 보이는 밝은 보랏빛 때문에 전체적인 느낌이 조금 밝아 보이기도 한데, 막상 착용하게 되면 저 안감이 보이지 않죠. 그러면 밝은 분위기는 속으로 감추고, 밖으로는 좀 더 고혹적이고 차분한 색만 드러내겠죠? 또, 전체적으로 새겨진 무늬엔 은사와 펄감이 가득한 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배자가 남색이어도 그리 무겁지만은 않아요. 슬쩍 ..
2011년 가을 오리미한복 디스플레이- 붉은 신부 당의 외 작년 가을에도 그랬듯 올해 가을에도 미니 국화들이 오리미의 한뼘화단을 그득 채웠습니다. 저마다의 색깔들을 진하게 뽐내며 올망졸망 모여 있는 국화들이 참 귀엽죠. 노란 국화에 비해 아직 꽃잎이 작은 붉은 국화도 너무 귀엽고요. 요렇게 쪼르르... 가게 앞 '얼굴마담'이 되어 주고 있는 작은 국화들입니다. 사실 새단장한 시간에 비해 블로그엔 조금 늦게 올리는 소식이지만. 올 가을 디스플레이 모습을 소개해볼까요. 화려한 금박이 가득 놓인 붉은 당의와 한복 한 벌 입니다. 얼마전 녹색 당의를 올렸는데, 가을 디스플레이로 붉은 당의가 간택되었죠. 투호삼작 노리개와 함께 매치했어요. 섬세한 투호장식이 달린 노리개와 화려한 보가 달린 당의가 함께 어우러지니 궁중복식의 위엄과 화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당의의 '보..
자주 저고리에 흑보랏빛 치마, 어머님 한복 뒤로 보이는, 정갈하게 개어진 저고리에 반해 흐드러진 치마가 묘한 분위기 같지 않나요? 사진을 찍으려고 이래저래 뒤척이다 보니 이런 컷이 연출되었네요. 오리미 사진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저 치마 윗부분을 '치마 말기' 라고 부른답니다. 보통의, 자수가 놓여지지 않은 하이얀 치마 말기까지 사진으로 찍어 버리면 이상하게도 마치 속옷이 슬쩍 보인다거나, 부끄러운 곳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런 점에서라도 양장의 치마와는 아주 다른 느낌의 치마가 바로 한복 치마가 아닌가 싶어요. 이번 한복 한 벌은, 혼수한복으로 마련하신 친정어머님 한복이랍니다. 은박이 놓여진 화려한 꽃자주 저고리와, 좀더 우아하게 분위기를 가라앉혀 주는 흑보랏빛 치마가 어우러져 매력적인 한 벌이 되었어요. 곁마기에까지 꼼꼼히 은..
오리미한복의 신랑한복 두 벌 오늘은 지난 여름에 미리 맞춰 가셨던 신랑한복 두 벌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어릴 때 이후로 한번도 입어 보지 못하다가 어른이 되고, 결혼을 앞두고 신랑신부가 가봉하러 오셔서, 맞춘 한복을 입어 볼 때 서로 놀라고 감탄스러워하는 그 눈빛이 참 사랑스러운데요. 물론 신랑신부 못지 않게, 양가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한복을 입으셨을 때의 감탄은 더더욱 커지겠지만요. 평소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이나 꾸밈을 여자들은 대개 많이 알고 있지만, 남자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거든요. 그러다 한복을 맞추러 오시면 갑자기 펼쳐지는 다양한 색과 무늬의 원단들 속에서 갈팡질팡 혼란스러워하시기 일쑤랍니다. 그래서 이럴 때, 한복 디자이너의 안목과 감각이 아주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_^ 늘 불평하지만, 남자 한복은 사..
지난 시간들과 옷의 기억 얼마 전 오리미에서는 지난 사진들을 모아 간단히 책자를 만들었어요. 간단한 책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가로세로 30cm나 되는 커다란 책이랍니다. 블로그를 보시지 않는 분들, 그리고 가게에 오시는 분들께도 그동안의 기록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서이기도,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노력과 결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픈 저희를 위해서이기도 해요. 사진을 찍어 모니터로 바라보았을 때, 그리고 블로그로 올렸을 때와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어 가슴이 두근거렸답니다. 게다가 모든 옷을 맞춤옷으로 만들어 떠나 보내는 저희들에겐 공들여 하나하나 만들었던 지난 옷들을 추억할 수 있어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구요. 지난 가을, 산책하는 방이동 주민분들이 발걸음을 한동안 붙잡아 두었던 디스플레이 옷들, 지난 겨울 동안 만들었던 다양한 털배자들..
오리미 신부 당의 곧 결혼식을 앞둔 신부님의 따끈한 새 당의입니다. 옛날부터 혼례에는 녹색 당의를 입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신부의 느낌을 가장 많이 주기도 하여 녹당의를 많이들 맞추게 된답니다. 녹당의 외에는 주로 남색 당의를 많이 맞추시기도 하고요. 저고리와 마찬가지로 당의도 비슷비슷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신부의 체형과 키, 팔길이며 어깨 모양 등에 따라 미묘하게 디자인이 달라진답니다. 그 미묘한 차이가 얼마나 큰 변화와 아름다움을 가져오는지는- 직접 맞추고, 입어보신 분들만 아시려나요? ^^ 배 부분에 들어가는 보의 문양과 크기까지도 신부님의 얼굴색과 얼굴 분위기, 체형에 따라 다르게 들어간답니다. 금박의 크기(꽃 문양의 크기)와 그 간격 또한 마찬가지이구요. 손목의 소매깃 또한 선택사항이죠. 당의엔 화려함이 잔뜩 깃..
카키빛 문자 금박 저고리 오늘 소개하는 저고리는 굉장히 전통적인 저고리에요. 18세기 삼회장 저고리 형식이고, 모양부터 문양까지 굉장히 전통적이고 단정한 저고리이죠. 금박은, 옷감 표면에 금가루나 금종이를 이용해 문양을 찍는 장식 기법이에요. 문양을 새긴 목판에 접착제를 발라 옷감 위에 찍은 후, 금을 두드려 얇게 만든 종이를 그 위에 붙이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죠. 보시다시피 이 황금색이 갖는 화려함 때문에 주로 상류층에서만 사용하는 기법이었는데, 조선 말에 가서는 일반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해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로 결이 은은하게 펼쳐지는 원단 위에 단정한 글자로 찍힌 금박이 은근한 화려함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죠. 같은 색의 고동빛 치마와 매치하면 굉장히 차분하고 단아한 느낌을 줍니다. 짙은 초록이나 자주빛 치마와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