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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가을, 겨울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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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모란이 가득한 보라 저고리와 옥색 치마 차분한 보라색 속에 숨어 있는 강렬한 자주색 안감. 삼회장 저고리의 모습은 지키면서도, 저고리에 배색된 원단들의 힘 덕분에단정한 매무새 속에 여성스럽고 고혹적인 느낌이 나는 저고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여름 원단의 옥색 치마들과는 달리가을 겨울의 양단 원단으로 만들어진 옥색 치마는 좀 더 무게감이 있는 색상입니다. 봄여름의 하늘거리는 옥색빛과는 달리고려시대의 연한 옥색 빛 청자라던가 묵직한 옥의 느낌이 있달까요. 소매와 깃, 고름에 사용된 검은 원단에는 커다랗고 활짝 핀 모란과 수복문 말고도 자세히 보시면 원단 전체에 아주 자잘하게 무늬가 있답니다. 그래서 진한 검은색처럼 느껴지지 않고 뭐라 말하기 묘한 색으로 보이는 덕분에 보라색 바탕의 저고리가 무거워 보인다거나 칙칙해 보이지가 않고요. 목 안쪽 부분에..
자줏빛 저고리와 주홍빛 치마, 친정어머니 한복 한 벌 올가을 결혼식을 맞았던 친정 어머님의 자줏빛 저고리입니다.잎사귀가 가득한 원단으로 목깃과 고름을 채우고 진한 보랏빛 원단에 밝은 자주색을 안감으로 두어전반적으로는 진한 자줏빛 색상의 저고리가 되었죠. 주홍빛이 나는 밝은 치마 덕분에 화사함을 잃지 않으면서도진하고 차분한 색상의 저고리와 매치한 덕분에 진중한 혼주 한복으로서도 흠 없이 고운 한 벌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여성스러운 한복이죠. 저고리와 치마 모두 여성스러운 매력이 가득한 색상 배합입니다. 잎사귀가 그득한 저 고름의 원단처럼색이 변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때 입니다. 겨울이 더 목전에 오기 전에 단풍 구경도 하고 추위도 대비해야 할 때가 이렇게나 빨리 왔네요.주말이 지나면 조금 더 추위가 찾아 온다는데, 이럴 때 일 수록 감기 조..
금가루 가득한 꽃밭을 품은, 금빛 한복 한 벌 해가 갈 수록 추워지는 가을이라 아침 저녁으로 날이 차갑습니다. 빠르게 떨어졌다가 더워지곤 하는 온도 때문에 나무들도 속도 맞춰 색깔 바꾸느라 바쁘겠죠. 마침 오늘 소개하는 이 한복은길 가득 깔린 은행잎 무더기를 보는 기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고리와 치마가 같은 금빛의 노랑 원단으로 만들어져 아주 화려합니다.분명 노랑색임에도 노랑이라 부르기보다는 금빛으로 불러야 맞을 것만 같은 색감과 광채를 가지고 있어요. 길에 한가득 깔린 은행잎 같으면서도, 아무래도 그걸로는 또 부족한 것이금가루가 잔뜩 묻은 꽃밭 같죠? 이 한 벌 입으시면 누구라도 눈을 뗄 수 없을 것만 같네요.금빛으로 가득한 영화 '황후화'속 공리의 자태가 떠오르는 금빛입니다. 원단에 큰 꽃부터 자잘한 꽃무더기까지 정말 금빛 꽃밭을 품고 있는 옷..
신비롭고 고고한 분위기를 담은 파랑 저고리 날 서 있는 하이얀 고름과 새파란 저고리 원단과의 대비. 강렬합니다. 안감도 진한 파랑으로 두어, 파랑과 흰색의 대비가 더 돋보이네요. 이렇게 목 부분만 봐도 '카리스마'가 가득한 옷입니다. 원단이 가진 아름다움으로도 충분한 이 저고리는 아주 미니멀하게 만들어져 고름 없이 여미는 저고리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화려하게, 다른 느낌으로 멋을 내고 싶은 날은 브로치를 달기에도 좋은 형태이지요. 파란색이 주는 강렬함만이 전부가 아니라 - 원단 전체를 뒤덮고 있는 청록빛과 연두빛을 오가는 광채 있는 실로 놓여진 이 잎사귀 무늬가, 이 저고리가 가진 신비로움의 포인트입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청록에서 연두로 사근사근 빛을 내니 정갈한 차림에 이 저고리 하나만 입어도 '있어 보이는' 한 벌이 완성되리라 상상됩니다...
초가을, 새신부 한복 한 벌과 털배자 초가을이 되자 마자 만들어져 주인을 찾아 간 새신부 한복을 소개하려 합니다. 진한 연두빛- 연두와 초록 사이의 색상으로 가을에도, 봄에도 계절 타지 않고 어우러질 색상의 저고리에새빠알갛고 날씬한 고름 그 자체가 딱 '새색시' 느낌이지요- 방금 만들어져 어여쁘게 각잡혀 매여진 고름이 빨간 댕기를 연상케 합니다.이 저고리와 함께하는 치마는 상아색 바탕에 은은히 모란 꽃밭이 펼쳐진 원단으로 만들어졌어요. 연두 저고리와 상아색 치마, 이 조합은 딱 봐도 '신부 한복' 이면서도전통적인 녹의홍상같은 신부 한복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느껴지는- 흔하지 않은 조합입니다. 나만의 독특한 색 조합이면서도 새색시 시절이 아니면 입기 힘든 색상,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한 벌이랄까요. 요 한 벌에, 오리미의 누빔 털배..
오리미한복을 입은 신랑신부, 흔치 않은 오리미 착장 사진 아직 6월이 되지 않았으니 아직 '봄'이지요. 올봄에 식을 올린 이 선남선녀 두 분이 옷을 찾기 위해 다시 오리미한복을 찾았을 때 웨딩촬영 사진을 보여 주셨답니다. 곱게 한복을 입고 촬영한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부탁드려 이렇게 사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착용사진이 흔치 않은 이곳에 오랜만에 인물사진을 올리려니 제가 다 설레입니다. 개인적인 사진이다 보니 다른 곳에 퍼 가는 것은 자제해 주시기 부탁드릴께요. 딱 신부한복인 녹의홍상을 입고 그 위에 민트색 누비 털배자를 입은 신부님과, 금박이 들어간 배자의 깃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신랑님. 사진에서 빛이 납니다. 하하. 요 사진은 저희가 특별히 고른 사진인데요, "이런 되바라진 포즈의 사진 너무 좋아!" 라고 외치며 골라잡은 사진입니다. 촬영용 긴 배자를 ..
오리미한복 누빔 저고리 두 벌 언제 따스한 날들이 오나, 하고 조금씩 기다리는데도 아직 찬바람 기운이 가시지 않은 3월의 봄날들입니다. 언젠가 올렸던 요 사진을 기억하실까요? 아마도 어느 초겨울 즈음 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 요렇게 한땀한땀 마무리 하던 요 누빔 저고리는 뒤집은 모양새에서도 감탄 하곤 했었죠. 깔끔하게 누벼진 누빔 하며 꼼꼼한 마무리 까지... 바로 요 저고리가 수선을 위해 다시 오리미에 들렀기에 오늘 한 번 촬영해 보았습니다. 짠. 요렇게 정오의 빛 아래에서 보니 위의 옛날 사진과는 딴판이죠. 뽀-얘진 느낌. 자잘한 바둑판 모양으로 누빔이 들어가 모던하면서도 아주 고고한 느낌의 누빔 저고리입니다. 빠알간 멋내기 속고름은 포인트. 이 저고리와 같이 매치되었던 치마는 바로 요 치마. 정말 화려하죠. 번쩍번쩍 금사가..
품위있는 검정 양단 저고리 오늘은 무얼 소개할까, 고민하다 눈에 띈 옷은 한창 샘플로 만들어지고 있던 검정 양단 저고리입니다. 디자이너분이 다른 손님의 옷을 작업하는 중이라 슬쩍 빼와서 급한 마음에 요리조리 찍어보았어요. 아직 안쪽에 오리미 택도 붙이지 않은 따끈따끈한 옷이랍니다. 아직 같이 매치할 치마가 만들어 지지도 않았지만 바쁜 디자이너를 졸라 어떤 원단인지 찾아내어 펼쳐 보았답니다. 사진에 보이는 두 원단 중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조금 더 연한 생강빛의 원단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진한 색 원단과는 이런 느낌! 무늬가 작고 은은해서 좀더 얌전한 느낌이에요. 요 도톰한 검정 양단 저고리는 약간의 광택을 가진 검정 원단에, 반짝이는 펄자주빛 실로 풍성한 꽃들이 놓아져 있어요. 절제된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