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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봄, 여름 한복

삶과 죽음 사이의 예(禮), 항라원단으로 지은 상복(喪服, 장례한복)


며칠 전 검은색 상복을 소개해드렸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상복을 한 벌 더 짓게 되었기에 이어 소개하게 되었니다.


이 상복은 검은색 상복과 용도와 쓰임, 동일한 목적으로 지어진 옷입니다. 다만 취향의 차이로 다른 원단을 선택하여 지은 것이지요. 미색의 항라 원단만을 사용해 한 벌을 지었습니다.  





검은색 상복과 흰색 상복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상복은 흰색으로 지어 입었습니다. 그리고 장례 절차와 기간 또한 길고 복잡했지요. 장례식에서 상복으로 입는 한복이 검정색으로 바뀐 것은 현대화의 영향인데, 서구의 문화와 종교적인 영향이 모두 작용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길고 복잡한 장례 절차도 많이 간소화되었고요. 


또한 나라에서도 '가정의례준칙'으로 의례의 간소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했기에 상복과 장례 문화가 변화되기도 했답니다. 1973년 개정된 「가정의례에관한 법률」에는 "상복을 따로 마련하지 아니하고 한복일 경우에는 흰색 또는 흑색 복장으로 하되 왼쪽 흉부에 상장이나 흰 꽃을 달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복장을 평상복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당시에 이 규칙을 어기면 5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고 하니, 문화가 바뀌지 않을 수 없었겠죠. 


여러 과정들을 거쳐 현대화되어 이뤄진 문화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화이므로 저희는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모두 상복으로 착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어떤 형태와 모습으로 장례를 치를지에 대한 합의이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색상에 관계 없이 그 의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겠죠. 





치마는 전통적인 한복 치마의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정말 전통적인 상복을 만들고자 한다면 염색을 하지 않은 소재를 사용해 상복을 짓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상복으로 입은 후의 쓰임새를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본인이 원하는 생각하시는 상복의 가치와 옷을 바라보는 기준이 각각 다르기에 점점 다양한 원단으로 상복을 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색상만은 검은색과 흰색 계열 안에서 선택하고요.






특별했던 분께 예를 갖추며, 행복하게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준비하게 된 상복입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갖추는 예로서의 한복, 그래서 더욱 정성담아 지은 오리미의 장례한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