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내 오던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돌아왔습니다.
반가운 주말을 금새 떠나 보내고 찌뿌두둥한 몸으로 출근한 오늘은 모두가 힘겨운 오전이겠죠.
물 화단에 동동 띄워 놓은 오리미의 작은 꽃 사진으로 아주 살짝이나마 눈으로라도 활력을 받으시길 바라며
이 비가 딱 그치고 나면 완연한 봄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바쁜 주말에는 손님들과 마주앉아 긴긴 상담을 통해 옷을 결정하는 일들을 많이 하는지라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저희가 상담하고 있는 모습만을 보셨을 텐데요.
주말에 비해 상담이 적은 평일에는 모두가 작업실에 들어가 머리 질끈 묶고 옷을 직접 만듭니다.
그 중, 가장 고생이 많은 작업인 데에 비해 어쩌면 가장 조용하게 티나지 않는 작업.
요 속치마가 아닐까 싶어요.
저희의 옷들은 모두 맞춤 옷인지라 손님의 사이즈에 맞게 속치마도 한 벌 한 벌 다 제작이 되고 있습니다.
제작되는 속치마 사양에 플러스해서 저희가 어쩌면 집착(!) 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손님 개개인의 체형을 고려해 '더욱 빵실한 치마의 모양' 을 만들기 위해 캉캉을 더 넣는 부분이랍니다.
기본으로 안쪽에 캉캉이 빵빵하게 들어간 속치마 위에 한번 더 빵빵하고 짧은 캉캉 치마를 둘러 속치마를 두 겹으로 만드느라
평일엔 매장에 속치마가 주욱 늘어서 있는 모습이 가관이랍니다.
워낙에 빵빵하다 보니 치마들이 마네킹마냥 저 혼자서도 세워질 정도거든요.
속치마 또한 밖에 입는 한복 치마처럼 주름을 촘촘하게 잡아 만들기 때문에
한복 치마 보다 더한 공이 들어간 옷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속치마에 이렇게 공을 많이 들이게 된 것은 저희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시대에 맞춰 파티웨어로 진화한 한복.
이제는 한복을 입고 김장을 한다거나 집안일을 하지 않죠.
그렇다면 지금의 한복은 파티웨어라는 목적에 맞게 좀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실루엣을 가진 옷이 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에요.
속치마 한 벌 한 벌 만드는 것도 상당히 고된 일이지만 저희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라 어쩔 수가 없죠?
지금 만드는 이 속치마가 옷 자태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그 광경을 상상하며 즐거이 일 할 수밖에요.
그렇게 월요일 아침부터 속치마가 만들어지는 미싱 소리를 내내 듣고 나니
금새 점심입니다.
이번 한 주도 좋은 한 주의 시작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