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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봄, 여름 한복

새신부의 남색 당의



주말의 봄햇살에 선명하고 진하게 찍힌 금박이 반짝반짝 빛을 냅니다.
아, 고와라. 




누가 새신부 당의 아니랄까봐 곱게 소매자락을 모으고,
정중하고 깔끔한 남색의 겉감 속에는
새파란 청보랏빛 안감이 숨어 있지요. 햇빛에 사뿐히 올라오는 파란빛이 아주 예쁘죠.





당의의 한가운데는 화려한 용보가 부착되었죠.
세 가지의 색상과 금사만을 사용해 자수를 놓은 탓에
강렬하면서도 혼자 튀는 곳 없이 차분하게 느껴지는 용보입니다.

왕과 왕비의 보에만 새겨지던 발가락 다섯 개 짜리 용, 오조룡보(五爪龍補) 에요.





막 지어진 새 옷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답니다.
이 옷의 하나뿐인 주인인 새 신부가 입었을 때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겠죠.




지난 겨울 지어 두었던 붉은 당의와 함께 비교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2011년 가을 오리미한복 디스플레이- 붉은 신부 당의

녹당의도 한번 더 감상을! 
2011/10/10 - 오리미 신부 당의






새신부의 당의가 막 세상에 나와 햇살을 가득 받고 있을 때,
옆에서는 다른 손님들의 함이 싸여지는 중입니다.
곱게 엮어둔 청홍채단과 혼서지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 대신 쓰여지는 캐리어, 오곡주머니들 사이에 들어간 목각기러기 부부가
뭐 그리 궁금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네요.




청홍채단의 매듭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계신 실장님.
함이 들어 갔을 때 부모님께 설명해 드릴 수 있어야겠다며, 실장님의 설명을 열심히 메모하시던 열정적인 신랑님.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아주 탄탄-할것 같은 멋진 자세였어요.



자, 커다란 함보자기로 마무리하는 중인 캐리어 함. (아직 완성이 아니에요.!)


오늘은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랍니다.
강남에 간 제비가 돌아와 추녀 밑에 집을 짓는다는 때라 해요.
옛부터 삼짇날엔 진달래를 뜯어다 꽃전(花煎)을 만들고,
녹두가루를 반죽해 익혀 가늘게 썰어 꿀을 타고 잣을 넣어 먹는 화면(花麵)을 즐겼다 하는데
녹두에 꿀이라, 절로 군침이 돕니다.

날씨가 예전보다 많이 변덕을 부리는 탓에 아직 진달래 한 송이 보기도 힘들지만
곧 눈 깜짝할 새에 꽃나무가 피어나겠죠. 봄비도 한 차례 내렸으니 이번 주엔
오리미 화단에 놓을 새로운 꽃들을 데리러 다녀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