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춥고 춥던 이번 겨울이 길게도 느껴졌는데요. 슬그머니 비치는 햇살을 보면 봄이 오는구나, 싶습니다.
다만 지난 주부터 갑자기 추워진 탓에 다시 긴장 좀 해야겠지만요.
지난주 부터 잔뜩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오리미 식구들을 보면 마음이 찡하답니다. 얼른 다들 싸악 나아야 할 텐데요.
햇볕뿐 아니라 바람까지 따스하게 부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올해도 마음은 먼저 계절을 앞서갑니다.
벽면에 단정하게 걸린 옥색 치마입니다.
치마 속 밝은 연두 안감이 빼꼼, 하고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옥색 치마와 함께, 새빨간 속고름이 달린 보라색 은박 저고리가 걸려려 있지요.
소매에 특이한 자수가 예쁘게 놓여진 이 연보라 저고리가
올봄을 여기에서 장식해 주네요.
사슴 두 마리가 모란덩쿨 사이로 뛰노는 모스습이 금사, 은사를 이용해 화려하게 수놓인 소매에요.
회색에 가까운 연보라색이 산뜻하지만서도 좀 힘없어 보이는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환한 분홍색 소매에 은은히 빛나는 금사 은사의 자수가 그야말로 저고리에 활력을 주고 있죠.
빛을 받아 예쁜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는 잎사귀 무늬 치마-
밖에서 보면 이렇게 단정하고 깔끔하게, 걸려 있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새파란 은박 저고리를 입은 마네킹이 하나 더 서 있답니다.
원색에 가까운 새파란 색이 주는 느낌이 정말 강렬한데,
그야말로 보드라운 색, 옅은 분홍빛 치마를 매치해서 위아래의 밸런스를 잘 융화시킨 한 벌이랍니다.
이 배색 또한 흔치 않은 한복의 색이라, 어딜 입고 나가더라도 시선이 똑 하고 고정될 것 같습니다.
분홍색과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운 느낌까지도 가져왔고요.
현관 옆에서는 새색시 마네킹이 아직 추위를 참지 못하고 털배자를 껴입고 있습니다.
얼른 이 추위가 가시고 따스한 햇살만 비쳐야 새색시 마네킹도
고운 봄한복으로 갈아 입을 텐데 말이죠.
꽃넝쿨이 그려진 새빨-간 치마를 두르고,
요렇게 다소곳이 앉아 오리미 현관문에서 손님들을 반기고 있지요.
새로 꽃아둔 꽃들의 화려한 색들이 그나마 밖의 찬바람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줍니다.
지난 봄이 엊그제 같고 한겨울 추위에 덜덜 떨던 것도 바로 금방인데
또 이렇게 봄이 왔습니다.
짬을 내어 작년 봄 풍경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래 링크로- !
2011/03/30 - 오리미한복 2011년 봄 디스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