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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가을, 겨울 한복

옥색 조끼와 마고자, 아버님 한복 한 벌



상상의 동물 삼족오(三足烏)를 아시나요?
한 때 드라마 '주몽'에 등장한 탓에 한참 인기를 끌기도 했던 삼족오 문양...
3개의 다리다 달린 까마귀를 의미하는 상상의 동물인 삼족오 문양이 새겨진 
호두 크기의 단추가 참 특이하고 멋스럽지 않나요? 

고급스럽게 문양이 들어간 옥색의 저고리와 마고자에 멋진 포인트가 되어 주고 있어요.  

마고자의 멋은 그야말로 '단추' 에 있답니다.
마고자는 깃과 동정이 없고, 앞자락을 여미지 않고 두 자락을 맞대기만 하는 옷이에요.
그래서 단추를 달아 끼우기만 하는데 대추알 크기의 단추가 잘 보이도록 달지요.
어찌 보면 남자 옷의 호사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보는 사람마다 너무 곱다며 감탄을 자아내던 이 조끼마고자 한 벌은

아버님 한복이랍니다.
안에 입은 살구빛 저고리 위에 옥색 조끼를 덧입고, 위에 마고자
그리고 사진 속에는 없는 짙은 고동색 두루마기까지
그야말로 멋진 한 벌을 만들어 냈어요.





마고자는 원래 만주의 옷이었던 '마괘자'에서 발전한 옷이랍니다.

흥선대원군이 만주 유거생활에서 풀려나 귀국할 때 입고 온 후로부터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점점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멋을 가진 마고자가 되어 왔지요.



차분하면서도 밝은 살구 색상은 얼굴색을 환하게 밝혀 주면서도
부드럽고 지적인 인상을 줄 테고요,
저고리와 그 위에 두른 조끼와 마고자 옥색과의 조합은 
보시면 바로 느끼실 수 있을 테니 길게 말 할 필요 없겠죠?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를 빠뜨릴 뻔 했네요.

짙은 자주빛 바지를 함께 매치했어요.
저고리와도 한 톤으로 어디하나 거슬리는 데 없이 찰떡궁합-

옥색과도 굉장히 매력있게 잘 어우러져서 멋스러운 한 벌이 만들어졌어요.




마지막으로, 1900년대의 작가인 윤오영 님의 수필집에 수록된 수필 중 하나인 '마고자'.
마고자에 대한 멋과 우리 문화의 자긍심까지 느껴져셔
여기에 같이 소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찬찬히 읽어 보세요-  


마고자
윤오영, 1974


나는 마고자를 입을 때마다 한국 여성의 바느질 솜씨를 칭찬한다.
남자의 의복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호사가 마고자다.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 같은 다른 옷보다 더 값진 천을 사용한다.
또, 남자옷에 패물이라면 마고자의 단추다.


마고자는 방한용(추위를 막기 위한 용도)이 아니요 모양새다. 방한용이라면 덧저고리가 있고 잘덧저고리도 있다.
화려하고 찬란한 무늬가 있는 비단 마고자나 솜둔 것은 촌스럽고 청초한 겹마고자가 원격이다.
그러기에 예전에 노인네가 겨울에 소탈하게 방한삼아 입으려면
 그 대신에 약식인 반배를 입었던 것이다.


마고자는 섶이 알맞게 여며져야 하고, 섶귀가 날렵하고 예뻐야 한다.
섶이 조금만 벌어지거나 조금만 더 여며져도 표가 나고, 섶귀가 조금만 무디어도 청초한 맛이 사라진다.
깃은 직선에 가까워도 안 되고 , 너무 둥글어도안 되며, 조금 더 파도 못쓰고, 조금 덜 파도 못쓴다.
안이 속으로 짝 붙으며 앞뒤가 상그럽게 돌아가야 하니,
깃 하나만 보아도 마고자는 솜씨를 몹시 타는 까다로운 옷이다.


마고자는 원래 중국의 마괘자에서 왔다 한다.
귀한 사람은 호사스러운 비단 마괘자를 입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청마괘자를 걸치고 다녔다.
이것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마고자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고자는 마괘자와 비슷도 아니 한 딴 물건이다.
한복에는 안성맞춤으로 어울리는 옷이지만, 중국 옷에는 입을 수 없는, 우리의 독특한 옷이다.


그리고 그 마름새나 모양새가 한국 여인의 독특한 안목과 솜씨를 제일 잘 나타내는 옷이다.
그 모양새는 단아하고 아취가 있으며, 그 솜씨는 섬세하고 교묘하다.
우리 여성들은 실로 오랜 세월을 두고 이어받아 온 안목과 솜씨를 지니고 있던 까닭에,
어느 나라 옷을 들여오든지 그 안목과 그 솜씨로 제게 맞는 제옷을 지어 냈던 것이다.
만일, 우리 여인들에게 이런 전통이 없었던들, 나는 오늘 이 좋은 마고자를 입지 못할 것이다.


문화의 모든 면이 다 이렇다. 전통적인 안목과 전통적인 솜씨가 있으면
남의 문화가 아무리 거세게 밀려든다 할지라도 이를 고쳐서 새로운 제 문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송자에서 고려의 비취색이 나오고, 고전 금석문에서 추사체가 탄생한 것이 우연이 아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예전엔 남의 문물이 해동에 들어오면 해동 문물로 변했다.
그러나 그것은 탱자가 아니라 진주였다. 그런데 근래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남의 것이 들어오면 탱자가 될 뿐 아니라, 내 귤까지 탱자가 되고 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