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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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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고동색 저고리에 새파란 치마 한 벌 천연 염색한 원단으로 만들어진 한복 한 벌입니다. 새파란 치마에 자주빛이 아주 살짝 도는 고동빛 저고리, 색의 대비가 아주 강렬하죠? 단색만으로 옷을 지을 때에는, 자칫하면 너무 수수해지거나 혹은 '없어 보이는' 디자인이 나올 수도 있기에 더욱 신경을 써서 옷의 틀을 잡고 패턴을 매만집니다. 무엇이든 기본적이고 심플한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렵기도 하다는 말이 생각나는 때이죠. 진한 색상이지만서도 천연 염색한 원단이라 힘없어 보이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했어요. 하이얀 동정과 소매깃이 빳빳하게 옷을 잡아 주는 덕에 이 저고리는 정말 어디 하나 장식이 없는 듯 보이면서도 힘있는 저고리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렇게 단색과 단색의 만남일 때에 더욱 그 존재가 빛날 삼작노리개. 흔하지 않은 색상이라 봄가을..
맑고 푸른 바다 같은 청빛 저고리와 옥색 치마 - 어머니 한복 제주도의 우도 아시죠? 하얀 백사장에 정말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해, 그 연한 바다 색이 점점 진한 쪽빛으로 물들듯이 깊어질수록 색이 진해지는 그 풍경... 그런 색감을 연상해 보셨으면 하는 한복 한 벌입니다. 푸른빛과 초록빛을 함께 머금고 있는 청색 저고리에 촘촘한 은박을 두니 굉장히 시원해 보이기도 하니, 여름철에 입어도 보는 이에게 부담 주지 않을 배색이기도 합니다. 하늘색이라기엔 뭔가 아쉬운- 연한 옥색빛의 치마가 청색 저고리와 한 벌을 이루었지요. 자세히 보시면 보이는 연한 가로줄 무늬가 이 치마를 더욱 시원스레 보이게 해 주는 조용한 포인트입니다. 겉감보다 훨씬 환하고 채도 높은 안감 또한 놓칠 수 없는 포인트이구요. 옆선의 곁마기에도 은박이 환히 들어가 있습니다. 오리미 저고리..
어머님 한복 - 카키 저고리에 은은한 회보라빛 치마 카키색이라 적었지만 카키보다는 우리말 '풀색' 에 더 가까운 색으로 만들어진 옥사 저고리입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얼굴색과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디자인과 색이 있지만 또 나이에 맞게 어울리는 색상과 원단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복은 나이가 드신 분들일수록 더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들이 잘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은근히 과감하고 강렬한 색상도 잘 어울리시는 분들이 중년층 분들이시거든요. 보랏빛도 아닌 풀색빛깔이라 하기에도... 무슨 색이라 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일단 그 '빛깔' 이 참으로 재미나고 아름다운 치마입니다. 이렇게 오묘하면서도 다양한 빛깔을 내는 비결은 오리미의 마법같은 색채궁합이랄까요. 안감을 연두빛 원단으로 두어, 꽃잎무늬가 그려진 원단의 매력을 배로 살렸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
어머니 누빔자수 털배자 그동안 신부 배자만 잔뜩 만들어 올렸는데, 오늘은 어머니를 위해 만든 배자를 올려보아요. 아네모네 꽃넝쿨이 그득- 하게 수놓아진 털배자에요. 아주 화려하게 전체가 수놓아져 있지만서도 과한 느낌이 들지 않는 건 , 누빔 원단과 검정 모피의 차분한 색깔 조화 때문이 아닐까요. 지난번에 말씀드렸었지만, 이 배자가 개화기를 거치면서 양반집 규수들의 부를 드러내는 용도로도 많이 입어졌다고 했었죠? 우리 오리미 디자이너들의 손으로 이렇게 꼼꼼히 잘 만들어진 배자를 보면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이 배자가 참 고급스러움을 드러내기 좋은 아이템이지 않나, 생각해요. 새색시의 배자는 상큼하고 발랄해 보이는 느낌이 든다면 어머니의 배자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노련한 멋이 있달까나요. 뒷면에도 꼼꼼히 자수가 놓여 있지만 아네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