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미에서는 꽤 오랜만에 모시로만 지어진 옷 한 벌을 지었습니다. 남자한복의 바지와 저고리, 배자 그리고 두루마기까지 아주 전통적인 남자 모시한복을 만들었답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죠?
다가오는 칠순잔치를 기념하여 짓게 된 아버님의 옷이랍니다. 평소에도 이렇게 모시로 된 두루마기까지의 옷을 꼭 입어보고 싶으셨다고 하셔서 더욱 신경써서 만들었습니다.
새하얀 모시 저고리 위에 모시 배자를 덧입은 모습입니다. 이렇게 덧입고 두루마기까지 입어도, 우리가 반팔 티셔츠 한 장 입는 것보다 시원할 수 있는 옷감이 모시랍니다.
모시로 된 옷을 입었을 때 작은 바람이라도 불면 순식간에 그 바람을 에어컨 바람처럼 느껴지게 해 주는 것이 모시의 특성이거든요. 마치 바람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빳빳한 질감이면서도 얇기 때문에 배자를 입어도 안의 저고리가 비쳐 보입니다. 그렇기에 배자에는 찝어박기 기법으로 가로세로 격자 무늬를 넣어 멋을 부렸습니다.
입으시면 이런 모습이겠죠? 새하얀 상의에 진하늘색 바지를 함께했는데, 역시 모시로 지었습니다.
색이 있는 듯 없는 듯 한 연하늘색 모시 두루마기입니다. 모시 자체가 가진 빳빳한 질감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아주 멋진 아이템입니다.
한복 원단 중에서도 아주 다루기 까다로운 원단에 속하는 이 모시를 바느질하느라 디자이너들의 손가락이 시뻘개졌지만, 그만큼 멋지고 보람차다며 서로를 다독일 수 있는 옷이었습니다.
빳빳한 특성으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묶인 고름 모양 좀 보세요. 참 고급스럽죠?
저고리부터 바지, 배자와 두루마기 모두 한산모시를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생산되지 않고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서만 생산하는 모시, 그 중에서도 으뜸은 한산에서 나는 모시라는 건 이미 까마득히 먼 옛날부터 전해진 사실입니다.
물빨래가 불가능한 실크 소재의 한복에 비해 모시는 세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물론 모시옷에 풀을 먹이는 과정이 일반 세탁에 비하여 고생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태와 시원한 바람을 함께 착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같은 진하늘색 바지를 입고, 두루마기를 입으면 딱 저만큼의 길이로 내려올 거에요.
모시를 한 번 입어보신 분들은 바람을 입었다는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 금새 끄덕이곤 합니다. 유독 더운 올 여름 칠순을 맞으신 아버님의 잔치를 더욱 시원하게 함께해 줄, 오리미의 남자 모시한복 한 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