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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봄, 여름 한복

2017년 여름, 한땀 한땀 정성 가득한 오리미 디스플레이 한복들


잠시 나가 있기만 해도 목 뒤로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가 오늘도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가을이 오는 길목이라는 입추(立秋)라는데, 그러고 보니 오리미의 여름 디스플레이 한복들 소개가 많이 늦었구나 싶습니다. 


이 뙤약볕에도 뜨거운 창가에 서서 오리미의 얼굴이 되어 주고 있는 올 여름의 한복들입니다. 







2017년 여름의 한복들은 다른 때보다 손이 다섯 배는 더 가는 옷들을 제작했습니다. 얼핏 보면 아, 특이한 무늬구나 싶은 것들이 모두 손으로 한 줄 한 줄,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이 붉은 갈색 저고리와 녹색과 보라색이 섞인 치마의 격자 무늬들이 그렇답니다. 





여름 소재로 만들어진 옷이지만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색감을 담고 있는 한 벌입니다. 붉은 원단 위에 보라색 원단을 덧씌워 오묘한 갈색빛을 내는 저고리엔 겨자색 항라 원단으로 동정을 만들어 달았습니다. 


저고리와 마찬가지로 녹색 원단 위에 보라색 원단을 덧입힌 치마 역시도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색감을 자랑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이 옷의 포인트는 색감보다는 바로 손으로 한 줄 한 줄 만들어낸 이 무늬입니다. 자세히 보면 보이실 거에요. 한 줄씩 찝어 박아서 만든 격자 문양을요. 





저고리는 물론이고 치마 전체를 뒤덮은 이 격자문양은 그야말로 수공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업이었습니다. 찝어박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번거롭고 힘든 작업인데, 일정한 간격과 수평 수직이 맞춰진 무늬인지라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실수가 생기는 작업이거든요. 

그러나 어찌나 꼼꼼히 작업했는지... 완성된 격자무늬 원단으로 치마를 완성 후 아랫단의 무늬가 일정하게 딱 떨어지는 것을 보고, 디자이너의 몰입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 살짝 남겨보았습니다.  



가로, 세로 자로 치수를 재어가며 찝어박을 위치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고행길 같은 이 힘든 작업을 왜 직접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예쁠 것 같아서, 재밌어서'라고 답하시고 곧바로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디스플레이 한복의 치마는 일반 치마보다 더 많은 폭수를 두어 작업하기 때문에 작업량도 엄청납니다. 


가끔 이렇게 손 많이 쓰는 일을 하면 재미있다는 오리미의 대표이자 디자이너분께서 몇날 며칠을 이 격자 작업에 매달린 끝에 완성의 결실을 보았습니다. 작업 내내 오가는 식구들 모두가 혀를 내둘렀던 나날이었답니다. 





공들여 만든 무늬이지만 자세히 보아야 그 진가를 알아챌 수 있고, 입어 보면 겹쳐 만든 그 무늬들이 가진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지닌 한복 한 벌입니다. 





격자무늬 한복 한 벌을 만든 후에 바로 다음 옷의 작업에 들어갔는데, 두번째 한복 또한 만만치 않은 수공이 가득 들어간 옷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여름 분위기를 색과 무늬로 보여주고 있는 파란 줄무늬의 한복 한 벌입니다. 







저고리에 들어간 파랗고 넓은 줄무늬는 잔잔하게 흐르는 듯 하지만, 주름이 많이 잡힌 치마의 파랑 줄무늬들은 마치 물결을 그리듯 시원한 곡선을 그려냅니다. 




매장을 방문하셨던 어느 손님께서는 '어디서 저렇게 멋진 줄무늬 원단을 구했나' 라고 하셨는데요. 이 줄무늬 역시도 한 줄 한 줄을 이어붙여 만든 100% 수작업 줄무늬 원단이랍니다. 



줄무늬 간격을 완벽하게 맞춰 버린 덕분에 보는 분들도 알아채시고는 깜짝 놀라는 무늬가 되었습니다. 파랑색 원단과 흰색 원단을 번갈아서 이어붙여 만들었습니다. 






채도높고 밝은 파랑색이 넓은 줄무늬가 되자 현대적인 이미지가 가득해집니다. 






그냥 바라만 봐도 시원한 파도를 바라보듯 기분 좋아지는 옷이었으면, 그리고 좀더 욕심을 내자면 숨은 디자이너의 손길과 노고를 눈치채시는 분께 더욱 멋져 보이는 한 벌이었으면 싶은 한복입니다.  








그리고 또 한 벌의 디스플레이 한복은 앞의 두 벌에 비하면 훨씬 가뿐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아마도 하늘색 바탕의 꽃무늬 치마 덕분이겠죠. 옅은 하늘색 바탕에 피어난 새하얀 국화들이 자그마한 노랑색을 품고 있어 더욱 환하고 산뜻하게 느껴집니다. 






무늬가 특이한 초록색 진주사로 동정을 단 연회색 저고리에도 디자이너의 손길이 가득합니다. 얇은 줄을 그리도록 한 줄씩 찝어박아 만든 불규칙적인 무늬가 인상적인 저고리입니다. 저고리의 어깨에는 옥단추를 이용하여 초록빛 꽃 한 송이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유난히 더운 올 여름, 더위도 잊고 작업에 몰입해 만들어낸 세 벌의 한복이 이렇게 각각의 자태를 뽐내며 오늘도 오리미의 매장 얼굴을 빛내고 있습니다. 


공들여 만든 옷들인만큼 매일 마주하면서도 볼 때마다 더 멋져 보이는, 2017년 여름의 오리미 디스플레이 한복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