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동안 오리미의 쇼윈도우를 장식했던 옷 중 한 벌을 다시 한 번 소개하려 합니다.
아무래도 지난 번 소개 때 이 옷의 소개를 빼놓고 한 것이 못내 아쉬워서요. 여름을 위한 옷으로 갈아 입기 전, 다시 햇살을 받으며 고운 자태를 기록해봅니다.
자수 장식을 즐겨 하는 편이 아닌 대신에 '하면 제대로 가득 하자' 라는 오리미의 디자인 스타일에 따라 이렇게 자수가 가득한 저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대신 색상과 문양이 은은하고 여성스러운 탓에 이 많은 자수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집니다.
함께한 연옥색의 꽃무늬 치마도 부드러운 화사함을 지녔고요. 전반적으로 파스텔톤이 샤방샤방하게 느껴지는 한 벌이 되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사로 각종 꽃넝쿨이 그려졌습니다. 게다가 은사로 놓인 부분은 징금수로 놓여져 더욱 섬세함을 더했답니다.
징금수는 모양대로 실을 올려 놓고, 다른 실로 징그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천에 직접 실을 통과시키게 되면 실 자체가 손상될 수 있는 금사나 은사에 쓰이는 기법이랍니다.
붉은 모란과 노랑 모란이 행복을 기원하며 한 땀 한 땀 놓여졌고, 꽃의 테두리는 은사로 둘러 그림 전체의 통일성을 주었습니다.
바탕색인 연분홍과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한 폭의 그림이 되었죠.
예로부터 부귀와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모란!
모란의 아랫쪽엔 길상의 상징이었던 영지와 연밥도 은사로 그려져 있지요.
매장 안에 불이 꺼진 퇴근 길엔 이렇게 쇼윈도우의 조명 아래에서 봄밤을 열심히 지켰던 한 벌, 지금은 제 몫을 다 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온 한 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