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중반을 지나면서 이제는 여름 원단을 꺼내는 일이 줄어들고,
가을-겨울 원단이 원단장 위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맞춰 오리미 디자이너들도 여름 색상에서 벗어나 가을-겨울의 옷을 위한 디자인, 색상, 분위기로 머릿속이 가득합니다.
이 옷은 조금 이르게 혼사를 준비해 7월부터 찾아와 옷을 맞추신 손님의 혼주 한복입니다.
7월의 끄트머리에 올렸던, 10월 초 혼사를 준비했던 커플(링크: 초가을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 신부 한복)의
친정어머님 한복입니다. 한복을 맞추러, 가봉하러 오실 때마다 온 가족이 세종시에서 올라오는 열정을 보여주셨더랬죠.
이번에는 사진이 조금 밝고 강하게 나온 편이에요.
살짝 톤다운되어 차분한 느낌의 주황색에 잎사귀 무늬가 들어간 원단으로 저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진한 자줏빛으로 치마를 만들었기 때문에 치마보다는 저고리에 주목성이 많이 가는 한 벌로,
조금 더 화사한 느낌을 위해 금사로 국화가 들어간 고동색 양단으로 고름과 곁마기를 넣었습니다.
저고리의 잎사귀 무늬와 주황색이 함께 만나서 정말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옷이 되었습니다.
결혼식이 있는 10월이면 더운 온도도 한 풀 가시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할 때이니,
이 옷에서 풍겨나는 가을 분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더 와닿겠죠.
자연스럽게 생겨난 원석의 하얀 무늬에 절묘하게 문어를 조각해 넣은 재미난 낙지발 노리개와 함께 구성해봅니다.
연회색과 금색으로 엮어진 낙지발 모양의 술은 중성적인 느낌이 가득하고, 문어를 조각해 넣은 원석의 독특함이 합쳐져
여성스러움보다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넘쳐 나는 노리개입니다. '예쁘다' 보다는 '멋지다' 라는 말이 나오는 장신구입니다.
고동색 고름에 들어간 금사 문양이 노리개의 금실과 은근슬쩍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룹니다.
멋스러운 친정어머님 혼주 한복 한 벌이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봉을 위해 방문해 주셨던 어느 주말, 한복을 입어 보신 어머님께 자연광 아래에서의 한복 색을 보여드린다고
굳이 문 앞의 거울까지 나가시게 했던 순간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한복은 자연광 아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인데
결혼식장이 실내라 그 색을 보실 기회가 거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있거든요.
즐겁게, 만족스럽게 멀리에서 찾아와 맞추신 나만의 한복이니, 이 옷이 가진 아름다움과 특성을 조금 더 아셨으면 하는 바램이었답니다. 이제 이 옷은 손님들의 집에 고이 걸려 10월을 기다리고 있겠죠? 10월에 다가 올 혼사를 미리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그 날 까지 더욱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고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