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고니가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가을을 슬쩍 놓고 갔나 봅니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던 날들이 언제라고 벌써 밤바람에서 찬 기운을 느낍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저희 손에 만져지는 원단들도 점점 두꺼워 지고 있고요.
오늘은 양단 신부 한복 한 벌을 소개해봅니다.
보랏빛에서 시작되어 자주-분홍꽃까지 꽃들이 가득찬 이 원단은 화사하지만
같은 색상 톤 안에서 무늬가 밀도감있게 짜여진 덕에 '묵직한 보랏빛'이 나는 느낌이랄까요.
이 밀도감과 묵직한 원단의 두께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은 물론이고요.
강렬하고 무게감 있는 보라 저고리와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생강빛 치마-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신부님께서 입으셨을 때 그대로도 굉장히 한복과 잘 어우러져
평상시에 단발머리로 이 옷을 입어도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옷이랍니다.
생강빛 나는 이 치마는 보라색 저고리와 대비되어 그냥 원단으로 보았을 때 보다 훨씬 더 여성스러운 느낌입니다.
양단 재질은 깨끼 원단과는 달리 원단이 두꺼워진 덕에 안감의 색이 옷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안감 뿐 아니라 마무리 바느질 한 땀까지 모두 저희의 디자인이니 옷에 가장 어울리는 색으로 안감을 넣습니다.
그래서 이번 생강빛 치마에는 치마의 여성스러운 느낌을 이어 옅은 분홍을 넣어주었고요.
성숙함과 원숙함이 가득한 원단 두 가지로 이루어진 옷에 광택나는 청록색 양단 고름을 달아줌으로 옷이 한결 더 상큼하고 발랄해집니다. 저고리의 무게감과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상으로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8월의 더운 날씨에 저희 매장에 찾아와 다음 계절에 입을 옷을 맞추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대부분의 신랑 신부들에겐 기억도 나지 않는 돌잔치 이후로 처음 입는 한복인데다가,
결혼식이 있을 그 날의 날씨와 '가을'이라는 계절과 날씨의 느낌을 그저 상상하면서 저희가 펼쳐 보여드리는 두꺼운 원단들을 보며
옷을 상상하며 그저 저희를 믿어 주셔야 하니깐요.
그런 믿음과 신뢰를 주셔서 항상 감사드리며,
계절의 변화와 함께 다가오는 하반기에도 더욱 아름다운 옷들을 함께 만들어나가자 하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