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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봄, 여름 한복

연분홍 항라 저고리에 신비로운 보라색 치마, 친정어머니 혼주한복


마치 한복 위에 연두빛 꽃가루가 뿌려진 듯 합니다. 어쩜 이렇게 초록빛이 재미있게 스며들었을까요.


요정이 와서 뾰로롱, 하고 초록의 요술 가루를 옷 위에 뿌려 주고 갔다는 

유치한 이야기를 지어내도 어울릴 것만 같은 모습이에요. 





이 한복은 바로 일전에 올린 시어머님 한복과 함께 맞추신 친정어머님 혼주한복이랍니다.

색감과 질감이 독특했던 시어머님 한복 못지 않게 친정어머님 한복도 아주 멋스럽게 맞추셨어요. 





여성스러운 연분홍색 항라직으로 저고리를 짓고 시어머님 한복과 마찬가지로 깃과 고름의 원단을 달리 배색했습니다.

보라색에 연두-자주색 문양이 들어간 원단을 넣었는데요, 이 원단 겉으로 초록빛이 싸악 도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마와는 전혀 다른 원단이지만, 원단의 겉으로 초록빛이 도는 특성을 두 원단 모두 가지고 있어요. 




초록빛이 도는 얇은 원단에, 아주 강렬한 자주빛 안감을 넣으니 보랏빛으로 보이는 치마가 완성됩니다.

실제로 보면 보라색인 듯, 초록색인 듯 헷갈리게 신기한 색상을 가지고 있지만

조명이 많은 예식장에서 사진을 찍으면 보랏빛으로 나오는 치마이지요. 




이 치마에도 거칠게 가로줄이 들어가 있지만, 안감의 강렬한 자주색 덕분에 가로줄은 은은하게 숨어버립니다. 

대신 주름마다 나타나는 신비한 초록빛이 아주 아름답게 겉돌게 되죠.

치마가 가진 신비로운 색상과 대비되어 저고리가 참 깔끔하고 정갈해 보이는 효과도 있답니다. 



한복에 들어간 색상으로 조합된 자주-연두색 수술을 단 비취 노리개는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며 이 옷과 궁합을 이루고요.  




금속과 옥, 진주가 조합된 나비 한 쌍이 달린 연보라색 오봉술 노리개와의 조합은

좀 더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형을 보완해주고 옷 태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곁마기를 진보라색으로 넣어 주니 

옷의 무게감과 밀도가 완성된 느낌이 듭니다. 


시어머님의 옷과 분명 같은 듯 다른 느낌, 느껴지시나요? 

그날의 행사에 두 분이 각각 입으셨을 때 각자의 장단점을 살려 빛나게 하면서도, 함께 나란히 서 계실 때에는 

'세트'가 아닌, '조화로운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오리미가 혼주한복을 만드는 자세입니다.


분명 그 날은 신랑 신부의 날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키워 내어 출가시키는 어머님 아버님의 날이기도 하니깐요.

부모님들께서도 가장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그 날의 행사를 기분 좋게 치루어야 더 행복한 마음으로 그 하루가 기억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믿음으로 만들어 보내는 또 한 벌의 혼주한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