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옅은 옥색이 이렇게나 청명하고 환하게 보이는 탓은 햇살 덕도 크겠죠?
손님들이 가봉을 위해 방문해서 거의 완성된 옷을 입어보실 때면,
늘 억지로 문 앞 까지 데려가 자연광에서 보십사...하고 부탁드릴 때가 많답니다.
암요. 자연광에서 한복은 가장 아름다운 색을 발하니깐요.
치마 색 좀 보세요. 분명 포도빛 나는 자주색 같아 보이는데.. 마치 한 겹 막을 씌운 듯 청록빛이 저렇게 돌고 있어요.
이 치마의 색을 뭐라 해야 할까요? 제목 쓰기에도 고민이 되던, 이 오묘한 색.
이렇게 보면 완연한 '파란 색' 입니다.
슬쩍 보이는 저 강렬한 자주색 안감이 이 치마의 색을 헷갈리게 하는 데 크게 일조했네요. 하핫.
겉감인 푸른 색 원단 자체가, 안감의 색을 한껏 흡수하는 재량을 가지고 있는지라
이렇게나 오묘한 색감이 탄생할 수 있었죠. 푸른빛 원단에는 자그마한 파랑 노랑 모란들까지 그려져,
중첩되는 색과 함께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치마 한 벌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색으로는 에메랄드 색, 우리의 색으로는 옥색.
옥색 중에서도 꽤 옅은 옥색이죠. 하얀 동정과 소매가 깔끔하게 잘 어우러지는 옅은 옥색의 저고리에는
짙은 초록의 목깃과 곁마기, 진한 고동색의 고름에 금박 모란문이 놓여져
전통적인 느낌을 많이 주면서도 색 자체의 배합은 아주 모던하답니다.
이렇게 전통 느낌이 가득하면서도 세련되기 그지 없는 한복 한 벌은 시어머님 한복으로 만들어졌어요.
누구나 생각하는 '시어머님 한복은 푸른 색 계열'. 그 '푸른 계열'이라는 말 안에 얼마나 큰 우주가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여 뽑아 낼 수 있는 만큼 해 본다면 100벌의 푸른 계열 옷을 만들어도
전부 다 다르게 만들 수 있을 거에요. 저희는 늘 그렇게 옷을 만들려고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고요.
5월의 신부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아름다울 5월의 어머님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