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찍힌 모란문 은박과 슬쩍 보이는 옥색 안감의 매력.
오늘 소개하는 삼회장 저고리 한복 한 벌은 정말 '세련된' 느낌의 한복이라 마음이 들뜹니다.
쉬이 소화하기 힘든 저고리와 치마 색이, 손님께 추천해 드릴 때에도 고민을 많이 했던 색상 배합이거든요.
누구나 소화하기 힘들지만, 그만큼 희소가치가 크다는 말이겠죠?
안감의 강한 옥색이 배어나와 겉감의 짙은 파란 원단을 물들여
청록빛을 만들어 낸 저고리.
아주 모던한 회색에 아주 쨍한 청색의 안감을 둔 치마.
저고리와 치마 모두 안감의 색상이 꽤나 강렬합니다.
그만큼 겉감의 색이 굉장히 톤다운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죠.
속에서 은은히 배어 나오는 색상의 '느낌'. 이게 오리미 한복의 매력이기도 하고, 우아한 멋이기도 하지 않나... 싶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붉디 붉은 이 속고름은 얼마나 감각적인가요.
옛날에는 저고리에 속고름이 꼭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게 되었죠.
그렇지만 지금은 종종 이렇게 미적인 포인트로 되살아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역할로 변했네요.
신윤복 [미인도]
18세기, 간송미술관 소장
보세요. 옛 조선시대의 여인도 이렇게 속고름을 내어 멋을 내었던 게 아닐까나요.
정숙한 듯 고혹적인 느낌을 주는 데에는 붉은 고름이 한 몫 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옷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세련되고 강렬해서,
'화사한', '화려한' 장신구 보다는 '강렬하고 멋진' 장신구가 훨씬 더 잘 어울릴 거에요.
칠보 장식 은장도가 달린 카리스마 그득한 매듭 노리개나,
치마 안감의 청색과 너무 잘 어우러지는 파란 원석 귀걸이와 반지 처럼요.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한복이라,
괜시리 떠나 보내기 아쉬운 한 벌이기도 했던 옷이랍니다.
그런 만큼 손님께서 웃으며 옷을 가져가신 다음엔
보람찬 마음이 아주 그득해지네요.
빗살과 바람이 정말 거친 하루였어요. 예기치 않은 비바람에 다들 피해는 없으신가요.
가을의 한가운데 확 와 버린 것 처럼 찬 기온의 밤시간입니다.
모두 좋은 밤 되시길 바라며, 살짝...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