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나무들이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에, 한여름의 옷인 모시한복 한 벌을 지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러시아에 거주하시는 분께서 맞추신 옷이라는 점이기도 한데요. 평생 모시한복 한 벌은 꼭 맞춰입고 싶다는 소망이 있으셨다고 하는데, 저희와 인연이 되어 이번에 그 소망을 이루시고자 계절과 상관 없이 모시한복을 한 벌 짓게 되었습니다. 





찝어박기 기법으로 격자 문양을 만들고, 아기자기한 전통 문양 모티브들을 은사 자수로 놓았습니다. 






오리미 디자이너들에게도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시한복에 대한 풍경들이 있습니다. 그건 주로 어머니,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인데요, 빳빳하게 풀을 먹여 손질한 새하얀 모시를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쪽진 후 외출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아, 나도 그렇게 정갈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한복을 입으셨던 어머니나 할머니를 보셨던 분들이 중년이 되시면 모시한복에 대한 로망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 그런 좋은 기억들, 좋은 이미지에 대한 추억에서부터 한 발짝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치마의 허리끈도 모두 모시로 달아 드렸습니다. 





빳빳한 이 모시한복은 가봉을 마치면 오리미 택을 달고, 동정을 마무리하여 손님과 함께 러시아로 떠나겠죠. 그 곳에서는 이 한복 한 벌이 또 어떤 이미지로 다가올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가을 한복판에서 지은 모시저고리와 치마의 한 벌, 오리미의 모시한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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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에서 지었던 모시한복 한 벌이 16년만에 다시 매장을 찾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옷을 만들던 기억이 생생한 옷이었기에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혼사를 앞두고 다시 풀을 먹여 손질하기 위해 오리미를 찾은 모시한복, 모시의 특성상 풀을 먹여 손질하니 빳빳한 새 옷처럼 뽀얀 모습을 자랑합니다. 






당시에 이렇게까지 힘든 기법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예쁜 옷을 만들 수 있는데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싶어서 어머니와 함께 이 옷을 구상하고 꿰멨던 생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손가락이 휠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지만 완성한 옷을 들고는 함께 기뻐했던 기억도 떠오르고요. 



매우 작게 분할된 색색의 조각들, 각각의 조각 크기도 다르지만 조각 안의 모양까지 다르게 디자인했습니다. 지금은 디스플레이나 패션쇼용으로나 만들 법 한 세세한 디테일을 넣어 옷을 지었었습니다. 

게다가 구경하시는 손님들이나 지금의 직원들도 깜짝 놀라는 단추 가득한 소매는 특히나 당시의 의욕과 열정을 추억할 수 있는 부분이었답니다. 모시 천을 일일이 꼬아 만든 고리와 매듭단추는 한 개만 만들어도 손가락이 새빨개지거든요.





매듭 단추를 하나하나 꿰어 맞추면 저고리가 완성됩니다. 풀고 잠그기도 힘들게 이렇게 수많은 단추를 단 이유는 모시의 특성 때문에 고안해 냈던 아이디어였답니다. 모시한복을 워낙에 즐겨 입으셨던 어머니와 함께 풀을 먹이는 작업을 좀더 손쉽게 하기 위한 이런 장식을 추가하면 어떨까 싶어 어머니의 모시 저고리를 이렇게 제작해 보았던 디자인입니다.  





한산모시로 만든 연황토색 모시 치마와 함께 조각 모시 저고리입니다. 저고리에 달린 16년전의 '오리미' 택에서 세월이 느껴집니다.






모시 소재에, 수공이 정말 많이 들어간 만큼이나 당시에도 꽤 높은 가격대의 옷에 속했던 이 모시한복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넘어 16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새옷처럼 입을 수 있으니 그 값어치를 충분히 다하고도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드러운 연황토색 색상의 모시 치마도 풀을 새로 먹이고 손질하니 새로 맞춘 옷 못지않게 고와졌습니다. 





얇고 촘촘하게 잡은 주름들도 모시의 결을 뽐내며 빳빳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색상 조각 하나하나, 단추와 고리 모두가 사람의 손으로 공들여 만든 옷입니다. 만지면 만질수록 예뻐진다고, 수공이 많이 들어간 만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멋을 지녔습니다. 





손질하는 작업을 하는 내내 오래 전의 추억에 잠기게 해 준 옷이기도 하고, 지금 입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고 있어 뿌듯한 오리미의 모시 한복 한 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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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워니댁 2018.05.19 15:2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제 멀리 공부하러 갈 두딸에게 한복을 해주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던중 오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보고 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너무 아름다운 한복이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외국에선 자주 파티가 있어서 드레스를 몇벌 챙길려는데
    아름답고 기품있는 한복한벌쯤 꼭 챙겨주고 싶어요.
    가까운 시일에 찾아뵐께요~~

    • orimi 2018.06.12 14: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안녕하세요. 답변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 짧은 글에서도 마음 찡해지는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느껴집니다.

    • orimi 2018.06.12 14: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안녕하세요. 답변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 짧은 글에서도 마음 찡해지는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느껴집니다. 오히려 타국에 나가면 더욱더 '한국스러운' 것, '한국만의' 무언가를 찾는 마음이 깊어지는지 해가 갈 수록 외국에 계신 분들이 한복을 많이 맞추러 오세요.

      고운 말씀 감사드리며, 언제든 방문해 주세요. ^_^

  2. 문문 2018.09.28 01: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생경하다..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낯설고 어색하다는 뜻입니다..
    잘못된 단어로 문장 이해하는데 껄끄러웠습니다.

    좋은 옷이고 좋은 의도의 글인데,

    그 단어 하나때문에 격이 떨어지네요.

    생경 대신 생생을 쓰실려고 한 것은 아닌가 싶네요!

    직업병이라 이해해주시기바랍니다.

    생경하다 (生硬-하다)
    1.세상 물정에 어둡고 완고하다. 2.글의 표현이 세련되지 못하고 어설프다. 3.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

    • orimi 2018.09.28 18: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안녕하세요. 네, 지금 다시 살펴보니 글에 오타가 있었습니다. 바로 고쳐두겠습니다.

      세심한 지적 감사드립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