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미에서 지었던 모시한복 한 벌이 16년만에 다시 매장을 찾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옷을 만들던 기억이 생생한 옷이었기에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혼사를 앞두고 다시 풀을 먹여 손질하기 위해 오리미를 찾은 모시한복, 모시의 특성상 풀을 먹여 손질하니 빳빳한 새 옷처럼 뽀얀 모습을 자랑합니다.
당시에 이렇게까지 힘든 기법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예쁜 옷을 만들 수 있는데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싶어서 어머니와 함께 이 옷을 구상하고 꿰멨던 생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손가락이 휠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지만 완성한 옷을 들고는 함께 기뻐했던 기억도 떠오르고요.
매우 작게 분할된 색색의 조각들, 각각의 조각 크기도 다르지만 조각 안의 모양까지 다르게 디자인했습니다. 지금은 디스플레이나 패션쇼용으로나 만들 법 한 세세한 디테일을 넣어 옷을 지었었습니다.
게다가 구경하시는 손님들이나 지금의 직원들도 깜짝 놀라는 단추 가득한 소매는 특히나 당시의 의욕과 열정을 추억할 수 있는 부분이었답니다. 모시 천을 일일이 꼬아 만든 고리와 매듭단추는 한 개만 만들어도 손가락이 새빨개지거든요.
매듭 단추를 하나하나 꿰어 맞추면 저고리가 완성됩니다. 풀고 잠그기도 힘들게 이렇게 수많은 단추를 단 이유는 모시의 특성 때문에 고안해 냈던 아이디어였답니다. 모시한복을 워낙에 즐겨 입으셨던 어머니와 함께 풀을 먹이는 작업을 좀더 손쉽게 하기 위한 이런 장식을 추가하면 어떨까 싶어 어머니의 모시 저고리를 이렇게 제작해 보았던 디자인입니다.
한산모시로 만든 연황토색 모시 치마와 함께 조각 모시 저고리입니다. 저고리에 달린 16년전의 '오리미' 택에서 세월이 느껴집니다.
모시 소재에, 수공이 정말 많이 들어간 만큼이나 당시에도 꽤 높은 가격대의 옷에 속했던 이 모시한복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넘어 16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새옷처럼 입을 수 있으니 그 값어치를 충분히 다하고도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드러운 연황토색 색상의 모시 치마도 풀을 새로 먹이고 손질하니 새로 맞춘 옷 못지않게 고와졌습니다.
얇고 촘촘하게 잡은 주름들도 모시의 결을 뽐내며 빳빳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색상 조각 하나하나, 단추와 고리 모두가 사람의 손으로 공들여 만든 옷입니다. 만지면 만질수록 예뻐진다고, 수공이 많이 들어간 만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멋을 지녔습니다.
손질하는 작업을 하는 내내 오래 전의 추억에 잠기게 해 준 옷이기도 하고, 지금 입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고 있어 뿌듯한 오리미의 모시 한복 한 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