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손놀림으로 자줏빛 실을 꼬아 만든 줄 끝에 큼지막한 금속 단추를 달았습니다. 고구려 시대 상상 속 길조인 '삼족오'가 세공된 마고자 단추. 옛 여성들에게 노리개라는 장신구가 있었다면, 남자들에게는 옷에 다는 화려한 단추들이 있었답니다.
보통 마고자에 많이 달게 되는 이 단추를, 이번에는 '전복'에 달았습니다. 신랑한복으로 지은 '전복'입니다.
저고리 위에 입은 진자주색의 전복입니다. 전복은 쾌자와 비슷하지만, 깃을 여미거나 겹치지 않고 양쪽 깃이 맞닿도록 만들어진 조끼 형태의 옷입니다. 조선시대 무복이었던 옷이라 그런지, 쾌자보다는 좀 더 활동적이고 가뿐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안에 입는 새하얀 저고리와 대비되어 더욱 그윽하게 깊은 빛을 내는 자줏빛 전복입니다.
전복 안쪽에 입는 옷으로는, 이렇게 새하얀 저고리와, 남색의 바지를 맞추셨습니다. 겉에 입는 옷들을 흔치 않은 형태와 색상으로 맞추셨기 때문에, 겉옷의 색과 형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색감으로 맞춘 저고리와 바지입니다.
자줏빛 전복 위에 입을 회색 반수의입니다. 신랑님의 취향과, 오리미의 추천사항이 합쳐져 만들어진 독특한 디자인의 겉옷이에요. 거친 느낌의 가로줄 무늬가 있는 회색 원단에, 굵고 강하게 깃과 소매를 둘렀습니다. 강렬한 검정색 포인트만으로도 옷이 몇 배는 힘있고 강인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반수의에 한층 더 카리스마를 더할 장식을 추가합니다. 붉은 술띠입니다.
도포 같은 남자 한복의 허리 부분에 둘러 앞이 트이지 않게 여미는 용도인 술띠입니다. 지금은 겉옷의 고름 외에도 안쪽에 똑딱 단추를 달아 두기 때문에 앞이 트일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므로, 장식을 더하기 위한 멋의 용도로 사용되는 띠 입니다.
옷의 주인인 예비 신랑님께서 중간 완성된 옷을 입어 보러 오셨어요. 슬쩍 뒷짐 진 자세가 잘 어울리는 늠름한 한 벌이 되었습니다.
원단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풍성하게 만드는 남자 겉옷의 경우, 좀더 멋을 내려면 이렇게 뒷모습도 '각'을 잡아 입을 수 있답니다.
한복 신발까지 모두 갖춰 신고 매무새를 점검해 봅니다.
하얀 저고리에 남색 바지, 진자주색 전복을 안에 입고 검정 깃과 소매를 두른 회색 반수의를 입은 신랑님. 진보라색 저고리와 새하얀 치마를 입은 신부님의 모습입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표정이 상상이 되는, 사랑스럽고 행복한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