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의 은행나무들이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할 무렵, 오리미의 창가 마네킹들도 새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오리미의 레이스 클러치백들에는 비취 노리개를 둘러 연출해 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밝고 선명한 주황색 치마가 눈에 들어옵니다. 올 겨울 오리미의 치마들은 아주 알록달록하답니다.
선명하고 밝은 주황색 양단 치마 위에는 연분홍색 구름문 저고리를 지어 입었습니다.
연분홍색 저고리에는 연하늘색 동정을 달아 평범하지 않은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이미 저 강렬한 주황빛 치마만으로도 평범함은 찾아볼 수 없겠지만요. 여러 색의 실로 짜여진 양단인만큼 햇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다운 색을 보여 주는 치마입니다.
잘 익은 홍시처럼 깊고 선명한 색과 볼륨감을 보여주는 주황색 양단 치마와, 연분홍 구름문 저고리의 한 벌입니다.
양단을 아낌없이 사용해 만든 넓은 주름의 풍성한 치마 덕분인지, 잘록한 허리가 눈길을 끄는 파란 치마.
직선적인 전통문양이 짜여진 카키색 양단 저고리와, 곡선만으로 이루어진 전통문양의 새파란 양단 치마가 만났습니다.
저고리와 치마 모두 보일 듯 말 듯 가늘고 섬세한 문양이 짜여져 있어 깔끔하고 단정한 듯 하면서도 색감과 원단이 주는 강렬한 대비와 고급스러움을 가졌습니다. 원단 외에는 옷에 아무런 장식 요소가 없기 때문에 큼직한 백비취로 만든 노리개를 달면 더욱 멋스러워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자연광 아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단의 색감을 보여줍니다. 양단이 주는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한 벌의 한복입니다.
이번 한복들이 매우 알록달록하다고 말씀드렸었죠? 이번 한복 역시도 앞의 두 치마에 지지 않는 색감을 가졌습니다. 공통적으로 상의는 연한 색으로 차분하게, 치마는 아주 원색적이고 선명하게 구성했는데요, 이번엔 초록색입니다.
은색에 가까운 연회색 저고리의 어깨에 푸른 모란 두 송이를 수놓았습니다. 바탕에 작고 섬세한 문양이 깔린 이 연회색 저고리에는 노란색으로 동정을 달아 독특한 멋을 더했습니다.
곡선 문양이 가득한 초록색 양단으로 지은 치마는 마치 어릴 적 그리던 '공주님 치마' 처럼 풍성한 볼륨감을 자랑합니다.
연한 색 저고리와 선명한 색 치마라는 구성은 통일했지만, 세 벌 모두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양단 한복 세 벌이 오리미의 창가에서 제 멋들을 뽐내는 중입니다. 어두운 색들로 가득해진 거리에서 밝고 선명한 색감을 마음껏 뽐내는, 오리미의 겨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