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훌쩍, 12월이 되었습니다. 

그간 저희는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바쁘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저희가 보냈던 그 날들 중, 가을 막바지의 어느 저녁의 풍경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사진을 보시면 어떤 풍경인지 짐작이 되실 거에요.

바로 '함 싸는 날' 이었습니다. 


예단으로 가는 물건들의 양도 만만치 않고, 또 오리미에서 내보내는 만큼 고급스럽고 예쁘게 포장해야 하니

오리미 식구들 모두 합류하여 보자기를 제작하고, 장식을 달고 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했습니다. 






환타가 떠오르는 밝은 주황색 보에는 옥색 박쥐 자수 장식을 달았습니다. 

행복의 상징인 박쥐가 보자기 끝에서 날아올라 행복찾아 떠나는 모습이라 생각하면서- 






크고 통통한 이것은 무엇일까요? 

예비신부의 부모님께 보내는 비단 이불이 들어 있어요. 큼지막하게 싸여진 보자기의 모습만 봐도, 아주 푹신한 느낌이 상상됩니다. 






다양한 물품들이 친정집으로 가는 만큼, 보자기의 모양과 형태도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같은 색감과 디자인으로 통일해서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많은 물품이 가는 만큼 하나하나 풀어볼 때마다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각 상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포장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다양한 포장을 하고 있자니, 옛날 옛적 어릴 때 시골에서 구경하던 결혼식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애들은 들어가서 자고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씀도 듣지 않고 오징어 가면을 얼굴에 쓴 아저씨들의 행렬을 구경하던 그때 그 시절이요. 





뒷편에 보이는 목각 함에 오곡주머니와 예물을 넣어 함을 쌀 준비를 마쳤습니다. 






함을 중심으로 선물들이 모두 모여 채비를 마치고 옹기종기 모여 때를 기다립니다.





신랑님이 새로 구입한 반짝이는 캐리어에 차곡차곡 혼수품들을 넣어 봅니다. 

물론 캐리어에 다 들어갈 리가 없으니 중요한 물품들만 넣어 가져갑니다. 


금술좋은 목각 기러기도 시집장가갈 채비를 마치고 안락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청홍채단으로 포장한 신부의 한복을 함의 위쪽에 넣고, 사주 혼서지를 올리면 함 뚜껑을 닫을 준비가 된 것이랍니다.

좀더 고급스럽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오래도록 두고 꺼내 볼 사주혼서지가 되기를 원하셔서 사주보와 혼서지 보를 따로 제작했습니다. 평소에 오리미에서 내보내는 보와 다른 디자인으로, 훨씬 많은 자수가 보에 빼곡하게 놓여져 있어요. 


신랑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결혼 약속인 혼서지와, 신랑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사주. 

이 두 가지는 옛날엔 따로 가던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로 와서 그 많은 절차들을 생략하고 이렇게 합쳐서 보내게 된 풍습이랍니다. 


이렇게 모든 물품을 넣고, 마지막 마무리를 한 물건들은 신랑님 차에 실어져 신부 집으로 곱게 떠나갔습니다. 

예비 신부님 댁에서도 온 가족이 모여 함을 받고, 풀어보는 즐거운 저녁이 되었다고 합니다. 



결혼 전의 즐거운 행사에 오리미도 손을 보탤 수 있어 감사하고 뿌듯한 어느 가을의 저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