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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가을, 겨울 한복

회색 저고리에 남색 말기치마 (허리치마)의 맞춤한복 한 벌_ 오리미 신부한복


얼마 전 오리미에서는 평소 많이 제작하지 않았던 형태로 신부한복을 만들었답니다.

신부한복이라고 보기에는 색상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으실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말기 치마(허리치마)로 제작했다는 점입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오리미를 찾아오신 예비신부님께서는 정말 확고하게 이 말기치마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계셨답니다.

예전 오리미 디스플레이 한복 중 말기치마로 제작된 옷을 보시고는 그 때부터 꼭 이 형태의 한복을 입고 싶으셨다고 해요. 

저녁 결혼식의 2부에 입을, 멋스럽고 고혹적인 한복을 맞추겠다는 마음에 저희도 덩달아 신났지요. 








흔치 않게 마네킹에 입혀서 촬영하게 된 이유는 이렇게 보지 않으면 형태를 알아보기 쉽지 않아서였어요.

저희로서도 자주 제작하지 않는 형태인지라 이렇게 치마의 모습을 중간중간 점검하기도 했고요. 


저고리의 원단, 정말 멋스럽지 않나요?

누가 이 한 벌을 보고 신부한복이라 짐작할 수 있을까요.


전통적인 신부한복에 대한 편견 없이 오롯이 내가 주인공인 날에 내가 입고 싶은 색상과 분위기를 선택했습니다. 

허리치마의 형태와 저고리의 원단만으로도 충분히 개성을 살렸기에 고름 없는 형태의 저고리로 제작했습니다. 전통적인 느낌보다는 다양한 장신구를 곁들여 현대적인 느낌으로 입으셨으면 하는 목적도 있었고요. 







마치 치마와 한 몸인 양, 착 달라붙어 어울리는 은장도 노리개. 








밝은 곳에서 보면 어떨까요. 

저고리의 특이한 질감이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집니다. 








캔버스 위에 거칠게 칠한 물감의 자국 같기도 하고, 꽃잎 같기도 한 무늬가 은은하게 치마를 가득 뒤엎고 있습니다. 






서구적인 체형을 가지신 신부님의 체형에 맞춰, 허리의 형태가 드러나면서도 가장 날씬해 보이는 구조를 찾느라 애썼답니다.

 

길이가 짧고 원단이 얇은 생활한복도 아니고, 무게감 있는 원단으로 만드는 길고 아주 풍성한 실루엣의 치마이기 때문에 자칫 실수하면 허리가 무척 길어 보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신중함을 기울였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결혼식이 끝나고 신부님께 '지금껏 입었던 옷 중 가장 날씬해 보이는 옷이었다'는 말씀에 오리미 식구들 모두 한껏 뿌듯해 하며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남색 말기치마와 세련된 색감의 회색 저고리, 현대적인 색상과 형태로 디자인된 오리미의 신부한복 한 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