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과 함께 만들어졌던 신부한복 한 벌을 소개합니다.
저고리와 치마 모두가 튀지 않는 색상이지만 과감하게 성질이 다른 원단을 함께한, 평범하지 않은 조합이 엿보입니다.
아무래도 계절이 가을인지라, 자칫 추워 보일 수도 있는 항라 원단의 느낌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매와 고름을 진고동색 양단으로 디자인했습니다. 다른 성질의 두 원단의 만남이 신선하고 재미있는 느낌을 줍니다.
고름과 소매의 어두운 색상과 반짝이는 금사 문양이 옷을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저고리에 반해 치마의 분홍빛 좀 보세요. 젊음과 어울리는 딱 그런 분홍빛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이 맑고 화사한 분홍빛은 중년에게는 어울리기 힘든, 딱 젊음과 어울리는 그런 분홍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그 '젊음'을 어디까지 규정하느냐는 각자 다르겠지만, 어떤 나이대가 지나가면 어울리기 힘든 색과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니깐요. 같은 분홍 치마라도 신부에게 어울리는 분홍과 혼주에게 어울리는 분홍은 무척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늘따라 저고리의 항라 무늬가 맑은 바람결이 스치고 간 흔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녹색과 빨강색의 농도가 아주 옅어져 파스텔톤에 가까워진 색으로 구성된 한 벌이지만, 녹의홍상의 색상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디자인된 오리미의 신부한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