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초록 날개를 단, 앙증맞은 비취 나비가 목깃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갈색 저고리에 하얗고 넓은 동정을 달고, 미색의 하얀 치마를 함께한 이 옷 한 벌은 신부한복이랍니다.
나비가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이 자그마한 비취 브로치는 이렇게 고름 없는 저고리에서 더욱 빛을 발하지요.
이 갈색의 저고리는 굉장히 얇게 만들었기 때문에 접힌 부분의 옷의 곡선들이 더욱 부드럽게 떨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자, 깃에 앉았던 비취 나비에 잠시 정신을 팔리다가 이제야 제대로 보는 한 벌입니다.
일본에 사는 예비 신부 손님께서 평소 입고 싶었던 한복의 느낌과 취향이 명확했기에 그에 따라 만들어진 옷이기도 하고요. 시스루처럼 살짝 비칠 정도의 저고리는 저희도 자주 만드는 아이템이 아닌지라 오랜만에 만들어 보았습니다.
갈색의 저고리와 하얀 치마, 고혹적인 색상과 수줍고 풋풋한 색이 만난 듯 하죠.
저고리는 이 정도로 얇게 만들어졌습니다. 얇은 두께와 소재를 고려했을 때, 고름을 다는 것 보다는 고름 없이 아주 단순한 디자인으로 만들고, 다양한 장신구를 함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함께하는 치마는 새하얀 백색보다는 미색의 원단으로, 저고리의 색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부한복 한 벌에서 초록 나비가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해외로 시집 보내는, 5월의 신부한복 한 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