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고객님과 만나 초봄의 혼사를 위한 옷을 지었습니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을 날씨, 그리고 무엇보다 두 분의 취향을 모두 고려하여
양단이지만 무겁지 않고 산뜻한 색과 문양으로 저고리를 골랐습니다.
두터운 질감이 멋스러운 진초록 치마는 그 저고리를 한껏 돋보이도록 받쳐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게끔 하고요.
겹겹이 문양이 쌓여진 덕에 바탕의 카키빛은 정말 작은 부분 부분을 살펴 봐야 보일 듯 말 듯 합니다.
마치 유화나 크레용으로 겹겹이 겹쳐 그림을 그린 듯 문양을 겹치고 겹쳐 짠, 아주 멋스러운 원단입니다.
연한 녹두빛이 가장 위에 올라와 있어 전체적인 이미지가 밝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색감을 냅니다.
저고리의 문양은 마치 얇은 선으로 된 그림을 겹겹이 겹쳐 그려 낸 느낌이라면,
이 진초록 치마는 아주 진한 색 바탕을 유화로 가득 채워서 무겁게 바탕을 깔고, 검은 물감을 뿌려 댄 것 같은 이미지를 줍니다.
진초록과 밝은 초록으로 바탕을 짜면서 사이사이 검은 실이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오도록 짜여진 재미난 원단입니다.
검정 실은 때로는 길고 두껍게, 작고 얇게 짜여들어가면서 이 원단의 고급스러움과 멋을 더해주는 감초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짙은 자줏빛으로 고름을 달았습니다.
다가오는 봄의 이미지와 색상을 양단이 가진 이미지로 고급스럽고 무게감 있게 풀어낸, 오리미의 시어머니 혼주한복 한 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