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진부터 정말 강렬하고, 강렬하지요.
채도높은 붉은 색과 흑색으로 그려진 커다란 모란꽃들이 얽혀 굉장히 강하고 매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치마라면 저고리가 흰색이 아닌 이상은 무얼 입어도 강한 여성의 느낌이 날 수밖에 없을 거에요.
아주 자연스럽게 팜므파탈이 연상됩니다.
이 원단이 더 강렬하고 멋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원단 전체에 빈틈없이 메워진 이 꽃들이
선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그림자 부분을 강조해 그려내어 꽃의 형상이 나타나도록 표현했기 때문인데요.
이 무늬 위에 붉은색 모란과 얇은 넝쿨들이 붉은색으로 한 번 더 찍혀져 있습니다.
그리고 포인트로 진한 연두빛이 꽃의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고요.
이 치마와 함께 맞추신 저고리는 아주 심플한 현색 저고리입니다.
그러나 단색이 아니라 잎사귀 무늬 원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냥 평범한 모양은 아니지요.
치마에 꽃 가득, 저고리엔 잎사귀가 가득, 두 무늬가 절묘하게 만난 셈이죠?
이렇게 한 벌,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에 제압당할 것만 같은 강렬하고 멋진 한 벌입니다.
손님의 취향에 따라 소매의 거들지를 넣지 않고 고름도 넣지 않아 원단 그대로의 멋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치마와 함께 맞춰 입을 두 번째 저고리는 같은 원단의 카키색으로 골랐습니다.
그야말로 강렬한 한 벌 이었던 현색 저고리보다 조금 더 밝은 느낌을 주죠.
역시나 고름과 소매 거들지가 없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진한 고동색으로 곁마기를 넣었습니다.
초록이 많이 드러나는 풀색과 붉은색이 만나니 자연의 느낌, 콕 찝어서 말하자면 장미의 느낌이 굉장히 많이 연상되지 않나요?
연상되는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고, 밝은 풀색 덕분에 붉은색이 훨씬 여성스럽게 다가옵니다. 좀더 경쾌하기도 하고요.
손님께서 선택하여 지으신 두 저고리는 같은 원단, 다른 색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붉은 치마와 함께했을 때
얼핏 보면 비슷한 듯 하지만 보다 보면 꽤나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실 거에요.
게다가 두 저고리 모두 다른 치마와 섞어 입기에 아주 좋은 색상임에는 두말할 것 없고요.
입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보는 이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을,
오리미의 붉은 꽃무늬 치마와 저고리 두 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