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두루뭉실하게 연회색빛이라 적었지만 참 오묘하고 멋들어진 색상이라 뭐라 불러야 할 지 어려운 색상입니다.
밝은 곳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연한 옥색이 감돌지만, 실내에선 생강빛으로 보이기도 하는 멋진 양단이거든요.
여러 색의 실을 비슷한 면적을 두고 원단을 짰기 때문에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기 때문에 한 가지의 색으로 규정하기는 왠지 아쉽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옷을 지으면 더할 나위 없이 고급스럽고요.
첫인상은 누가 봐도 힙합이나 dj를 하실 것만 같아 보이는, 트렌디하고 젊은 이미지의 예비신랑님은
한복마저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저희를 흐뭇하게 해 주셨는데요.
개성있게 펌을 한 머리스타일이 한복과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저희 모두를 놀라게 한 소화력을 보여주셨거든요.
신부님과 신랑님 모두 연한 색을 컨셉으로 잡고 분위기를 맞추어 진행한 덕에 색다른 두 벌의 옷이 나왔습니다.
진한 상아색 저고리는 아주 얇은 가로줄 짜임이 있는 항라 원단입니다.
일부러 원단의 올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하도록 거칠하게 짜여진 멋이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원단이에요.
이 저고리와 함께 맞깃에 장식여밈을 단 멋스러운 쾌자를 함께 지었습니다.
켜켜이 색을 쌓아 올린 유화처럼 보이는 원단은 정말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입니다.
그리고 진한 가로줄이 들어간 고동색 항라 원단으로 바지를 지어 함께 구성했습니다.
이 날은 첫 가봉날인지라 신랑님 어깨나 신부님 한복의 소매, 저고리 아랫단 등이 수정을 위해 접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옷의 태는 둘째치고, 두 분의 색상 톤과 원단의 분위기와 어울림을 보아 주세요.
신부와 신랑의 옷에 같은 색이나 같은 원단을 넣어 둘의 옷을 억지로 커플처럼 보이도록 맞추지 않아도
옷의 분위기와 통일성으로 두 사람의 옷이 균형있게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오리미가 생각하는 세련된 커플룩이라 고집합니다.
옷을 만든 사람도, 입는 사람도 서로가 만족스러워하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옷이 정말 마음에 들어 촬영도 한옥마을에서 하셨다니 저희로서는 더욱 신날 수 밖에요.
코앞으로 다가온 두 분의 결혼을 다시 한 번 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