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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가을, 겨울 한복

은빛 가득한 진남색 저고리와 풀색 치마, 파랑 털배자. 개성이 가득한 오리미 신부한복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한복을 언제 소개하는 것이 마땅할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왔답니다.

3월에 오리미를 찾아와 옷을 맞추신 예비 신부님의 이 한복은 늦가을에 빛을 발할 예정이거든요. 

부지런함과 한복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오리미를 일찌감치 찾아 주신 예비 신부님과 신랑님 덕에 

저희도 여유로운 일정으로 편안하게 옷을 구상하고 지을 수 있어 더욱 완성도 있는 옷이 나왔습니다. 


이 한복, 슬쩍 보면 누가 신부 한복이라 생각할까 싶죠? 

그래서 더 멋 나는, 나만의 맞춤 신부한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니터 상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이 진한 색상에 좀 더 놀라게 됩니다. 상하의 넓은 면적이 모두 어두운 색상이니깐요. 

어찌 보면 신부 한복으로 어른들께서 참 선호하지 않는 색상이기도 하여 호불호가 아주 극명한 색상이고요. 


이 한복의 주인공인 예비신부님께서 평소에 선호하는 색상인 검정색에서 옷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에 가장 즐겨 입는 옷의 색상들, 자신의 피부색과 길고 검은 머리에 어울리는 색상,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고객분께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와 손발이 착착 맞아 상담을 재미나게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한 벌의 옷은, 한복이라기보다는 드레스에 가까운 느낌의 옷이 되었습니다.

입었을 때의 느낌 또한 그러하고요. 전통적인 느낌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한 한복입니다. 


저고리는 검정에 가까운 진남색이지만, 남색이 가진 면적보다 은사로 놓여진 무늬가 가지는 면적이 훨씬 크고 화려합니다.

이 글을 올리는 현재가 더운 여름인지라 보시는 분들도 아마 느낌이 덜 와닿겠지만,

초겨울 즈음에 이 옷을 보는 느낌은 또 다를 거라 생각이 듭니다. 


보석이나 스팽글이 잔뜩 달린 드레스보다 그저 단순하지만 몸에 잘 맞는 '블랙 드레스'가 더 화려하게 빛나 보일 때가 있잖아요. 

이 옷은 그런 느낌의 옷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치마는 아주 진한 풀색으로, 자잘한 잎사귀 무늬가 가득한 원단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강렬한 개성의 저고리를 잘 받쳐 주는 색상으로, 어느 저고리 색상과도 무리없이 잘 어우러질 치마입니다. 





옷을 상담하면서 크게 고려한 예비신부님의 주문 중 하나는 결혼식 날만 입는 한복이기도 하지만, 

명절 등 평소에도 종종 꺼내 입는 한복을 맞추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새신부 느낌이 나는 색상보다는 평소에 본인이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색상에서부터 옷을 시작해 만들게 되었지요. 





그리고 짠. 이렇게 쨍한 파랑색의 털배자를 또 맞추었습니다. 

어두운 톤의 저고리와 치마에 이렇게 강렬하고 깊은 파랑 누빔 원단을 함께하니 멀리서도 눈에 확 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늦가을 풍경, 짙은 옷들이 가득해질 때의 결혼식장을 상상하고 보신다면, 더 그렇겠죠?) 


파랑에 검정 밍크털을 두르니 강렬한 이 두 색이 만나 서로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듯, 개성있고 활기찬 느낌이 납니다. 

어딜 가도 비슷한 옷을 만나기 정말 힘들 이 배색. 디자이너에게도 만드는 즐거움을 가득 주는 옷이었답니다. 






이렇게 어엿하게 옷이 모두 완성되어 입어 보았을 때에도 정말 본인에게 너무 잘 어울려 오리미 식구들이 물개박수치게 했던 옷. 

맞춤 옷의 특성과 본인의 개성을 모두 살려 만들어낸 한 벌의 신부한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