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진으로만 얼핏 보면 곧 시집 갈 새색시 옷 같은 요 배자.
지그시 보면 팔 아래의 폭이나, 어깨 폭, 전체 길이가 좀 작다...싶어 보일 거에요.
어린이용 털배자이니깐요. 너무 귀엽죠.
새색시 털배자를 고대로 축소해둔 것만 같아서 더 귀엽게 느껴지는 옷이에요.
곧 첫 돌을 맞는 여자아기 손님이 이 옷의 주인이랍니다.
넉넉하게 만들어 두어 몇 년은 거뜬히 입을 거에요.
부귀가 가득하라고 새겨진 모란문 원단으로 촘촘하게 놓여진 누비 -
오리미한복의 털배자에는 쉽게 털이 잘 빠지는 토끼털에 비해
털빠짐이 적고 보기에도 깔끔하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밍크털을 두르지요.
이제 저고리로 넘어가 볼까나요.
색감 좀 보세요. 화사, 화사합니다. 눈에 확 띄는 진분홍에 금실로 깜찍발랄한 문양이 놓여져 있습니다.
이렇게 초록 치마까지 입고 나면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돌잔치의 주인공!
치마는 이렇게 원피스 형태로 만들어져 입고 벗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어졌어요.
겨울철이니만큼 내복 위에 입을 수도 있고요.
오리미 식구 아이들은 나이가 비슷한 여자아이가 셋 이나 있는데,
툭 하면 내복 위에 이렇게 치마만 입고 돌아다닌답니다.
아이들은 길다란 치마만 입으면 신나니깐요.
생각해 보면 어릴 적엔 보자기만 치마처럼 둘러도 공주님 나라로 가는 기분이었지, 싶네요.
요 초록연두 치마는 저고리를 벗어도 부끄럽지 않아요.
저렇게 발랄한 모란꽃 넝쿨 자수가 가슴께에 그득 놓여져 있으니깐요.
예쁘게 옷을 한 벌 차려 입었으면 마무리를 해야지요.
아마도 처음 보시는 분들도 계실, 재미나게 생긴 모자가 보이시나요?
무엇이 저렇게 겹겹이 겹쳐 있는지... 대체 어떻게 쓰는 모자인지... 감이 오시려나요?
굴레는 조선시대부터 어린아이들이 쓰던 방한용 모자랍니다.
보통 돌을 맞이한 아이가 많이 쓴다고 해서 돌 모자라고 불리우기도 했답니다.
계절에 따라 동절기용, 하절기용으로 소재를 달리해 만들기도 했었고요.
방한용이라고는 해도 주로 장식적인 쓰임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자 전체에 자수와 금박이 화려하게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랍니다.
굴레에 대해 재미있는 풍습 중 하나는, 이 모자가 어린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서 딸이 회갑을 맞을 때,
딸은 색동저고리와 다홍 치마를 입고 굴레를 쓰고 어머니의 무릎에 안겨 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미소가 지어지는 재미난 풍습 아닌가요? ^_^
요 사진은, 2011년 민속박물관 '모자와 신발' 전에서 찍어 두었던 사진입니다.
오른쪽 하단에 있는 굴레가 보이시나요? 옆모습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굴레 위쪽으로는 아주 억울한 표정의 호건도 보이네요.
오리미에 있는 굴레는 굉장히 여러 가닥으로 만들어졌지만,
윗 사진의 굴레는 세네 가닥 정도밖에 되지 않네요. 조선시대 당시에는 지방에 따라 가닥의 갯수가 달랐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판화에서도 굴레를 쓰고 색동옷을 입은 여자 아이를 만날 수가 있지요.
어쨌든, 따스하고 폭신한 털 배자에 굴레까지 쓰니
누가 봐도 예쁘다, 예쁘다 하며 시선이 집중되지 않으려나 짐작해 봅니다.
정신없이 튀는 자수나 뻔한 파스텔톤의 색동, 저렴해 보이는 원단을 쓰지 않고
어린 아이다운 발랄함을 보여주면서도 고급스러운 돌 한복을 만들어 보고 싶었답니다.
자, 마무리로 꽃신 신고 나가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