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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 한복장신구/한복장신구

박쥐 문양 가락지 - 가락지에 얽힌 이야기들


요 가락지는 무게가 엄청나요. 무려 은이 30돈이나 되는 가락지거든요.
무게도 무게지만 두께도 꽤나 두꺼워
왠만치 손가락 긴 사람 아니면 낄 수 없는 그런 새침한! 가락지입니다.
모델만큼 예쁜 손은 아니지만 우리 오리미 식구들 중 가장 손가락 긴 제가 대표로 나서봅니다.

옛날 조선시대엔 왕족들이나 낄 수 있는 고귀한 가락지였죠.
이렇게 묵직하니 거의 손을 쓸 일 없는 귀족들이나 가능한 장신구임이 당연하지요.
사알짝 손을 들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라고 
아랫것들에게 시키는 정도만 손을 쓰면 되었을 테니...!



박쥐는 예로부터 장수와 행복을 상징합니다.
박쥐가 적응력이 강한 동물이기도 하고,
번식력이 강하기도 하여 다산을 기원하기도 했다죠-



옛날에는 가락지를 끼는 것으로 처녀와, 시집 간 부녀자를 구분하기도 했어요.
원래 '반지' 라는 말은 본디 두 짝으로 이루어진 '가락지' 의 한 쪽인 '반(半)' 을 의미한답니다.

그래서 부녀자들은 주로 가락지(쌍가락지)를, 
처녀들은 반지를 끼었다고 해요.  

가락지는 양반 집에선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
친정어머니로부터 딸에게~ 이렇게 가보로 전해지기도 하고,
부를 자랑하는 패물로도 간직되었구요.





또, 아녀자들은 남편이 죽었을 경우 가락지 중 한 짝을 관에 넣고-
나머지 한 짝은 옷고름에 달아 여생 동안 어루만지며 한을 달랬다고 해요.
저 세상에 가서 짝을 찾을 때 신표가 되리라는 기대를 하며...

조선시대의 반지는 그래서 대부분 쌍(雙)으로 제작되었다고 하고,
착용하기 쉬운 것 보다는 비교적 큰 크기로 두툼하게 제작된 것은
오래 간직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사실~
  



위의 가락지에 비해 얇고 가벼워진 이 박쥐문양 가락지는
착용하기 편리하고 멋스러워 손님들이 훨씬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에요.

서양문화에 익숙해진 요즘은 박쥐를 떠올리면 배트맨~! 이라던가
어두움...악마의 상징으로 떠올리기 일쑤인데,
동양에서는 일찍이 오복의 상징으로 사용해 왔답니다.
또, 박쥐의 한자어인 박쥐 복(蝠) 자가 복 복(福)자와 동음이의어인 관계로
행복의 의미를 나타내 왔다는 설도 있어요.


행복이 가득한 박쥐 문양 가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