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미의 올 여름,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길목에서 창가에 나란히 선 여름 한복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여름의 디스플레이 한복들에서 눈여겨 볼 것은 찝어박기 기법을 사용해 모시와 비슷한 분위기를 낸 깨끼 저고리랍니다.
세로로, 가로로 한 줄 한 줄 찝어박아 만든 불규칙한 무늬의 회녹색 저고리와 연옥색의 치마를 함께했습니다. 차분하고 우아한 색상이면서 무엇보다 시원해 보이도록 고려했어요. 비주얼적으로는 무게감을 가지면서도, 실제로는 가볍고 시원하도록요.
톤다운된 색상들로 이루어진 이 한 벌에 장신구를 이용해 분위기를 살짝 전환해 봅니다. 한복 전체의 색감과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튀지 않는 색상들로 이루어진 장신구를 골랐습니다.
차분한 세 가지 색, 주황과 연옥색, 초록색 술이 낙지발 삼작으로 엮인 이 삼작 노리개에는 비취와 호박, 산호 원석이 큼지막하게 달려 있습니다. 쉽게 보기 힘든 큼지막한 원석 때문에라도 포인트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고급스러운 장신구입니다.
고름 없는 저고리의 가슴께에는 큼지막한 칼세도니아 브로치를 달았습니다. 여름 저고리에도, 겨울 저고리는 물론이고 겨울 코트에까지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쓸모 많은 장신구입니다.
자, 이제 두번째 한복으로 넘어갈까요?
부드럽고 차분한 자줏빛을 뿜어내는 한 벌입니다. 역시 찝어박기 기법을 이용해 디자인한 깨끼 저고리입니다. 같은 기법을 사용했지만 처음 소개한 회녹색 저고리와는 왠지 분위기가 다릅니다. 알아채셨을까요?
여백을 많이 두고, 격자 사이의 공백을 많이 두었던 회녹색 저고리와 달리 자주색 저고리는 좀더 촘촘한 간격으로 찝어 박으면서 과감하게 대각선으로도 장식을 넣었어요. 그래서 더 촘촘하고 비정형적인 격자 무늬를 갖게 되었답니다.
저고리와는 다른 원단을 사용했지만, 색상과 톤이 거의 흡사한 원단을 골라 치마를 만들었어요. 살짝 보이는 꽃넝쿨 무늬가 신비롭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줏빛 치마입니다.
이 자줏빛 한 벌에는 장식 없이 한 갈래로 내려오는 단정한 분홍색 술의 비취 노리개를 달았습니다.
큰 포인트가 되기보다는 비슷한 색상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분홍 오봉술 비취 노리개와 함께 부드러운 자줏빛을 보여 주는 한 벌입니다.
이제 앞의 두 벌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세 번째 한복을 소개할 차례입니다.
배경의 느낌부터가 확 달라졌죠? 선명한 분홍색을 바탕으로 두고 앞에 선, 새하얀 한복 한 벌을 지었습니다. 앞의 두 벌과 마찬가지로 장식성이 짙은 한복을 만들었지만, 장식의 기법을 다르게 넣어 만든 한 벌입니다.
새하얀 저고리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 동정을 두르고, 넓은 치마 폭에는 금실과 은실로 커다란 국화 꽃을 수놓았어요. 깨끗하고 깔끔한 하얀색 한복에 빛나는 장식들을 더했습니다.
아직 기계로는 놓을 수 없는, 사람의 손길이 들어간 자수라 더욱 빛이 나는 장식입니다.
과장되게 늘어진 국화 꽃잎 덕분에 치마는 더욱 금빛으로 빛이 납니다.
금색 동정을 두른 새하얀 저고리에는 은행잎 장식과 진주가 달린 큼지막한 자마노 브로치를 달았습니다. 원석 주위를 둘러싼 은행잎 장식의 금빛, 은빛이 치마에 장식된 자수의 색상 조합과 같아 더욱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새하얀 색으로 만든 한 벌이 더욱 화사하게 빛나도록 자수 장식을 더한 한 벌입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2018년의 올 여름, 오리미가 생각하는 세 가지 색 여름. 오늘도 창가에서 묵묵히 햇살을 받으며 자태를 뽐내는 세 벌의 한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