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라색 저고리와 연회색 치마, 신부한복이라기엔 이 두 가지 색만 보면 혼주의 색상이 아닐까 싶기도 할 만큼 예상 외의 색이기도 한데요. 언제나 그렇듯 예상을 깨는 색으로 옷을 만들었을 때엔 그만큼 입는 사람이 중요하답니다. 중년이 입었을 법한 색을 신부가 입었을 때의 파격은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입는 사람의 나이가 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중년의 한복과 신부의 한복이 가지는 '핏'이 다르기 때문에도 그렇고요.
진한 청보랏빛 저고리에 채도높은 초록색 고름을 달았습니다. 목이 얇고 긴 신부에게 잘 어울리는 높은 목깃, 타이트한 소매와 자그마한 저고리는 중년의 옷에서 볼 수 없는 실루엣을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쨍한 핫핑크색 항라로 안고름을 만들어 주면 옷의 분위기가 굉장히 환하고 발랄해집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 평범하지 않은 색상의 조합으로 이루어졌지요.
러프한 질감을 보여주는 얇고 굵은 가로줄들이 모여 연회색 치마의 무늬를 만듭니다.
이 한 벌에 핫핑크 안고름 대신 초록색 그라데이션의 오봉술과 비취가 달린 노리개를 함께해 주면 좀더 성숙한 분위기의 한 벌이 되지요.
좀더 앙증맞고 사랑스럽게, 통통하게 살찐 한 쌍의 은 원앙이 달린 회색 노리개를 함께해도 사랑스러운 한 벌의 신부한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