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복은 거문고 연주자인 손님이 맞추신, 공연을 위한 한복입니다. 입으신 모습 정말 예쁘고 멋지죠? 길고 하얀 손가락과 좁은 소매가 정말 잘 어울리는 옷의 주인공입니다.
옅은 하늘색 고름과 주황색 안고름만이 이 한 벌이 가진 유색의 전부입니다. 나머지 모든 부분은 새하얀 색으로만 디자인된 한 벌의 한복이에요.
안고름이 되어 달린 채도 낮은 주황색도 여기에선 가장 눈에 띄는 색입니다.
아주 정갈하고 깔끔한 한 벌이 완성되었습니다.
마침 가봉날 거문고를 가져오셔서, 옷을 입어 보고 악기를 연주할 때 불편함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연주 시에 움직임이 있고, 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생기는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하니까요.
폭 좁은 소매와 높은 깃이 잘 어울리는 손님과 거문고, 참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저희가 상상했던 모습을 현실로 딱 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입니다. 새하얀 치마폭에 폭 싸인 거문고, 악기와 옷이 함께 서로를 잘 돋보이게 해 주는 옷이 완성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하얀 바탕의 저고리와 치마는 다른 색의 치마나 저고리와도 잘 어우러질 옷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안고름을 떼고 다른 장신구와 함께하니 새삼 다른 이미지의 옷이 되었죠? 딱 하나 있던 난색이 빠진 것 뿐인데 눈에 확 보일 정도의 효과가 납니다.
원석과 술이 모두 보랏빛인 노리개를 함께하니, 한색만 남은 이 한 벌이 좀더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어떤 장식이나 광택 없이 하나로 통일된 색만으로도 환하게 빛나는 한 벌의 한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