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비단 동정을 두르고 높이 올라온 목깃, 그리고 그 하얀색과 대비되어 강렬하면서 아주 정갈한 느낌을 주는 검정색 저고리.
쉽게 접근하기 힘들지만 막상 입어 보면 어느 색 못지 않게 아름답거니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색인 무채색으로 만든 한 벌입니다.
검정 저고리에 하얀 치마의 조합은 올해 오리미에서 선보였던 조합이라 보셨던 분들도 계실 텐데요, 강렬한 색상의 조합이 그 때와 비슷해 보이지만 손님의 취향에 맞추어 조금씩 다른 디테일로 변경된 새로운 옷이랍니다.
검정 저고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대체적으로 한복을 즐겨 입으시는 분들이어서인지, 이번에도 역시 고름 없는 저고리로 진행했습니다. 고름 없는 저고리의 장점은 아무래도 더 편리하기도 하거니와 정갈해 보이기도 하면서, 브로치를 달았을 때 주목성이 좀 더 높다는 점이랍니다.
노란 빛이 정말 미묘하게 도는 은회색 치마를 함께했습니다.
옅은 가로줄이 겹겹이 쌓아올려 만든 색감이라 오묘하게 노란 색, 짙은 자주색이 섞인 채로 은회색을 이루어냅니다.
마치 조개의 속살 같은 느낌도 들면서, 빛에 따라 색감이 바뀌는 것을 보면 진주의 영롱한 빛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연, 우아한 이미지가 치마 폭 한가득 안긴 느낌입니다.
옷을 맞추신 손님께서 함께 고르신 은장도 노리개.
남색의 풍성한 술이 인상적인 노리개에 곱게 세공된 은장도가 달렸습니다.
겉면의 무늬 세공이 아주 세밀하고, 장도의 겉면에 금 세공을 함께 넣어 더욱 세련된 느낌을 준답니다.
노리개에 달린 이 아름다운 은장도는 그저 장식이 아니라 실제 분리되어 사용 가능한(?) 은장도랍니다.
물론 '사용 가능하다'라는 말은 그저 장난으로 여겨 주세요. 과일도 간신히 자를 듯 한 아주 무딘 칼이 들어 있답니다. ^^
은장도 노리개는 굉장히 전통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장신구이지만, 강렬한 남색의 술 색상과 무광 은색의 대비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준답니다. 우아함과 함께 옷에 힘있는 위엄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장신구에요.
그래서인지 이 검은 저고리와 은회색 치마와 마치 한 벌 세트인 양, 착 달라붙는 한 벌이 되어 줍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사시면서도 한복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또 잊지 않으려는 손님께서
은회색 진주 같은 치마와, 검정색 저고리의 한 벌에 은장도 노리개를 달고,
날개처럼 커다란 잎사귀 세공이 인상적인 레브라도 원석 브로치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