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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한복/봄, 여름 한복

은색 수가 놓인 새하얀 모시 저고리와 모시 치마, 오리미 모시한복 한 벌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죠. 때마침 장마가 끝나고 가장 덥다는 열두 번째 절기인 대서(大署) 이기도 하고요.


오늘 날씨를 겪고 보니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이 사진을 부랴부랴 꺼냈답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전에 하얀 모시 저고리를 소개했던 터라 좀 더 더워지면 소개해야지 하고 아껴두고 있던 기록이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더운 오늘 이 옷을 꺼내지 않고 넘어가기가 아쉬운 마음입니다. 돌아오는 주말도 연이어 덥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이 한복 한 벌, 시원한 것만 먹고, 시원한 것만 보고 싶은 날에 소개하는 

오리미의 새하얀 모시한복 한 벌입니다. 







모시 저고리는 여름이면 종종 소개하곤 했었지만, 치마까지 모시인 경우를 소개하기가 힘들었었죠. 

사실 이 모시 저고리와 치마 한 벌은 지금 막 따끈따끈하게 지어낸 한 벌은 아니랍니다. 저희가 작년에 지어 드렸던 옷인데, 손질을 위해 매장으로 돌아와 새로 빳빳하게 풀을 먹인 상태랍니다. 



보통 한복은 세탁이 어렵고, 또 세탁을 하더라도 원단이 조금씩은 상하거나 힘을 잃어 처음의 모습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옷인데 반해 모시는 풀을 먹이면 다시 깨끗해짐은 물론이고 빳빳한 성질이 복원되어 동정만 새로 달아 주면 새옷 처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그 모든 과정에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든다는 것이겠지만요. 








그나저나 이 한 벌, 범상치 않죠? 그저 시원하고 새하얀 모시 한 벌, 정도로만 표현하기에는 서운한 옷입니다. 


상하의를 하얀색으로 통일했을 때에 한복이 가지는 옷의 힘은 대단합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어딜 가도 많은 사람들, 많은 색상이 가득한 장소에서 이렇게 하얀 색이 주는 힘은 더 강렬하고 품위있는 모습을 만들어 줄 거에요. 


저고리의 몸판은 찝어박기로 공들여 격자를 만들고, 격자 안쪽엔 반짝거리는 은색 실만을 사용하여 문양을 수놓았습니다.

새하얀 옷 속에서 튀지 않지만 은은하고 고급스럽게 빛을 내어 장신구 없이도 장신구 역할을 하는 듯 합니다. 








이 옷의 주인은 해외의 중요한 자리에서 입는 옷으로 이 한 벌을 선택했답니다. 

그리고 중요한 자리가 생길 때 마다 그만큼 열심히 입어 주셨고, 보는 이들에게서도 언제나 칭찬일색이었다 하시니 전해듣는 저희들로서도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에도 어디선가 감탄과 칭찬을 받으리라 생각하면서 빳빳하게 풀을 먹여 손질했습니다.  





은사로 놓인 자수 덕분인지 은으로 만든 묵직한 원앙 두 마리가 달린 노리개는 더할나위 없이 멋지게 어우러집니다. 

하얗고 깔끔한 이 바탕에 과연 어느 장신구가 어울리지 아니할까 싶습니다. 






대서(啤酒)의 폭염으로 가득한 날 소개하는 옷은 예로부터 여름철 최고의 옷이라는 모시로 만든 한 벌이었습니다. 

새하얀 백색이 주는 신비롭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빳빳한 소재가 주는 힘과 독특함을 가진 예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