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한복 한 벌, 고름 없는 먹색 저고리와 새하얀 치마입니다.
보통 검정과 흰색으로 한복을 짓겠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분들은 전통적인 고정관념 때문에 손을 내저으시곤 합니다. 흰색만을 사용한다거나, 검정색만을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저희가 이렇게 고객님의 한복 한 벌을 흑백만으로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옷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게 된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옛날처럼 옷의 색상이 가지는 전통적인 용도가 아니라 지금은 색과 질감이 주는 '느낌', 그리고 오리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옷의 '태', 즉 '핏(fit)'이 그 사람에게 어떻게 들어맞느냐에 따라 그 옷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으니깐요.
사실 이 옷 한 벌은 고객님을 설득할 것도 없이 굉장히 빠르게 서로의 합이 맞아 금새 지어지게 된 옷이랍니다. 오늘은 이 멋스러운 한 벌을 자랑해 볼까 합니다.
늘 고름 없는 저고리를 선호하시는 취향에 맞추어 고름도 제외하였고, 소매의 거들지도 넣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마치 금속으로 된 산호 같은 멋스러운 브로치가 더 돋보이기도 하지요.
이 검정 저고리는 얇은 소재로 만들었기에 슬며시 비침의 효과가 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100% 시스루 같은 효과가 나는 것은 원치 않기에 굉장히 얇은 안감을 넣었답니다. 지금 사진에서도 목깃 안쪽으로 슬쩍, 보실 수 있을 거에요.
검정 저고리는 상체를 감싸 날씬하게 딱 맞는 핏으로 만들고, 새하얀 치마는 봉긋하게 부풀려 우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흑백의 옷에서 이 '핏'을 빼면 그 한 끝 차이로 인해 우리의 고정관념 속 '옛날 한복'이 될 수 있거든요.
새하얀 치마 안쪽에도 새하얀 안감을 넣어 줍니다.
하얗고 큰 자개 덩어리에 무지개빛 오로라가 감도는 브로치와도 마치 한 몸 처럼 잘 어울립니다.
옷 한 벌이 훨씬 더 밝아 보이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네요.
그런가 하면 브로치 없이 이렇게 커다란 비취 노리개와 함께하면, 옷이 한결 더 무게감을 가지는 듯 합니다.
다른 노리개보다 훨씬 커다란 비취를 단 덕에 그만큼의 무게감이 더해져 실제로 보면 꽤나 위엄있는 장신구인데요, 이렇게 흑백의 한 벌과 함께하니 더욱 그 위엄이 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