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항라직 저고리는 정말 저희가 만들고 싶은 다양한 색상을 마음껏 만들어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저희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과 원단의 느낌이 잘 맞았기에, 저희의 사랑을 먼저 받은 원단이기도 하고요.
오늘 소개하는 초록 저고리와 연보랏빛 치마는 손님께서 가족의 혼사를 맞아 맞추신 한 벌입니다.
하객용 한복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행사에 입게 될 한복이기도 하죠.
키도 크시고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손님이셔서 추천해 드리고 싶은 색상이 참 많았답니다.
그 중에서 혼주와 겹치지 않는 색상이면서도 가장 손님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 주는 색상의 조합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진초록 항라직에 아주 진한 가지색으로 고름을 달고 곁마기를 두었습니다.
색의 대비가 독특하죠? 쉽지 않은 두 색이 서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연보랏빛 치마에선 안쪽에서 노오란 빛이 새어 나오는 듯 한 독특함을 지녔습니다.
진하고 강한 색의 저고리와 어우러져 신비롭고, 시원해 보이는 느낌을 줍니다.
분명 치마를 보면 노오란 빛이 안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듯 한데, 사실 안감에서 비쳐오는 노란 빛은 아니었답니다.
이렇게 어여쁜 연보랏빛이 안감으로 들어가 있거든요.
노오란 빛의 비밀은 오히려 겉감의 짜임에 있었답니다. 성글게 가로줄을 그리며 짜여진 겉감은 비침이 있는 원단인지라
안감의 색과 겉감의 색을 혼합시켜 아주 오묘한 색을 자아내는 원단이거든요.
마침 같은 원단으로 안감을 다르게 두어 만든 치마가 있어 살짝 비교해볼까 합니다.
왼쪽이 위의 초록 저고리와 한 벌인 연보랏빛 치마이고요. 오른쪽이 새로운 치마입니다.
둘 다 같은 원단이라기엔 참 다르죠?
겉감을 같은 원단으로 두고 안감만 바꾸었을 뿐인데도 이런 차이가 생긴답니다.
이렇게 자세히 보시면 느낌이 잘 오시죠?
치마만 요리 조리 돌려 보아도 빛의 방향에 따라 굉장히 아름다운 색상과 결이 보여서 사진을 찍는 것도 즐거워진답니다.
연보랏빛 치마는 여성스럽고 신비로운 이미지가, 연두빛 치마는 화사하고 시원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안감에 연두빛이 들어가 있어 초록 저고리와도 색다른 매력으로 어우러질 법 한 치마입니다.
갑자기 원단 공부를 한 것만 같은 느낌인데요, 다시 주제로 돌아가야지요.
옷에 조금 더 포인트를 주는 새빨간 안고름이 함께 한 벌로 구성되었고요.
손님께서는 레브라도 원석의 브로치를 함께 구매하셨어요.
큼지막한 원석의 오묘한 아름다움과 함께 세공된 잎사귀가 강렬한, 한복 뿐 아니라 다양한 옷에 어우러지는 브로치입니다.
안고름을 떼고 브로치만 함께 하면 좀 더 성숙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한 벌이 완성됩니다.
초록과 연보랏빛의 색상 조합과 비침이 있는 원단의 느낌에서 현대적인 느낌이 강해 양장의 한 벌 구성이 떠오르기도 하죠.
(이 색 조합의 원피스라던가, 초록 블라우스와 시스루 느낌의 연보라 치마를 상상해 보세요)
여기 저기서 예쁘다고 칭찬 받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어여쁜 옷 한 벌을 고이 접어 떠나 보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