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어느 날, 10여 년 전 어머니가 지으신 모시 치마를 다시 만났습니다.
당시만 해도 굉장히 혁신적인 디자인의 한복 치마였어요. 어머니와 함께 오리미를 이끌어 갈 때의 옷이지요.
이 치마를 이렇게나 곱게 간직해 오신 분께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감사한 마음도 드는 순간이었답니다.
옷의 주인공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부 일행과 함께 오리미를 찾으신 신부 이모님의 치마로,
이 치마에 맞는 새로운 저고리를 맞추어 입고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 하셨어요.
그리하여 저희는 치마의 느낌과 배색을 살려 이렇게 저고리를 디자인했습니다. 굉장히 모던하죠.
모시 치마 자체의 질감과 디자인 모두가 독특한 상황인지라, 저고리가 너무 많은 시선을 가져가는 것 보다는
치마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치마의 배색에 맞추어 저고리 안쪽엔 핑크색 안감을 넣고, 연보라색 원단으로 저고리를 지으니
치마에 들어간 두 가지 색이 저고리 하나에서 모두 보여지는 느낌으로 신비로운 색이 되었습니다.
손님의 체형을 고려하여 날씬해 보이는 곁마기도 진하게 넣어 주었고요.
곁마기의 진한 색이 보이니 저고리의 배색이 더 현대적인 느낌이 들죠?
저고리의 원단에는 자세히 보면 보일 정도의 불규칙한 가로결이 있어서
결의 느낌이 강한 모시와 잘 어우러집니다.
저고리의 신비롭고 어여쁜 색상을 그대로 잘 살려 보여주는 것이 더 멋들어지리라 생각하여
고름과 깃도 모두 다른 배색 없이 저고리 색상으로 통일시켰습니다.
10여년 전 저희 어머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옷을 오랜만에 마주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감각과 지금 저희의 감각, 그리고 오랜 시간 후에도 저희를 믿어 주시고 다시 찾아 주신 손님의 믿음이 더해져
아름다운 한복 한 벌이 만들어졌습니다.
마음을 써 주신 만큼 행사날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이 될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