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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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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 함 포장하는 밤 어느 새 훌쩍, 12월이 되었습니다. 그간 저희는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바쁘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저희가 보냈던 그 날들 중, 가을 막바지의 어느 저녁의 풍경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사진을 보시면 어떤 풍경인지 짐작이 되실 거에요.바로 '함 싸는 날' 이었습니다. 예단으로 가는 물건들의 양도 만만치 않고, 또 오리미에서 내보내는 만큼 고급스럽고 예쁘게 포장해야 하니오리미 식구들 모두 합류하여 보자기를 제작하고, 장식을 달고 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했습니다. 환타가 떠오르는 밝은 주황색 보에는 옥색 박쥐 자수 장식을 달았습니다. 행복의 상징인 박쥐가 보자기 끝에서 날아올라 행복찾아 떠나는 모습이라 생각하면서- 크고 통통한 이것은 무엇일까요? 예비신부의 부모님께 보내는 비단 이불이 들어 있어요..
새신부의 남색 당의 주말의 봄햇살에 선명하고 진하게 찍힌 금박이 반짝반짝 빛을 냅니다. 아, 고와라. 누가 새신부 당의 아니랄까봐 곱게 소매자락을 모으고, 정중하고 깔끔한 남색의 겉감 속에는 새파란 청보랏빛 안감이 숨어 있지요. 햇빛에 사뿐히 올라오는 파란빛이 아주 예쁘죠. 당의의 한가운데는 화려한 용보가 부착되었죠. 세 가지의 색상과 금사만을 사용해 자수를 놓은 탓에 강렬하면서도 혼자 튀는 곳 없이 차분하게 느껴지는 용보입니다. 왕과 왕비의 보에만 새겨지던 발가락 다섯 개 짜리 용, 오조룡보(五爪龍補) 에요. 막 지어진 새 옷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답니다. 이 옷의 하나뿐인 주인인 새 신부가 입었을 때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겠죠. 지난 겨울 지어 두었던 붉은 당의와 함께 비교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2011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