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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미 이야기

오리미한복 함싸기, 함포장


오리미한복 함싸는 날, 손님께 양해를 드리고 촬영을 했습니다.
먼저 함에 들어갈 금슬 좋은 목각 기러기부부를 준비해둡니다.

기러기는 짝을 잃으면 절대 새로운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죠.
또한 질서와 예절을 잘 지키는 새로 널리 인식되어 왔어요.
비행시 줄을 굉장히 잘 서서 무리지어 비행하고, 가장 어른을 맨 앞에 두고 비행한다죠.  
게다가 남을 위한 의식도 강해서 비행 중 낙오자가 생기면 같이 땅에 내려와 도운다고 해요.



거울도 넣어드립니다. 고운 자수가 놓인 빨강 노랑 거울 중 시어머니께서 무엇을 고르실까요.  
거울은 앞날을 훤히 비추라는 의미에서 함 속에 넣어 보낸답니다.



오곡 주머니에 다섯 가지 곡식을 포장하는 중입니다.


다섯 가지 주머니에는 다섯 가지 곡식이 반드시 '홀수' 의 갯수로 들어갑니다.
찹쌀, 목화씨, 수수, 팥, 노란 콩 요렇게 다섯 가지가 들어가는데요.
다섯 가지 복을 넣는 의미에요.

함 포장 문화 자체가 각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오곡주머니에 들어가는 곡물의 내용이 다를 수도 있어요.



고운 한지에 고이 접어 싸서 이렇게 다섯가지 색깔 주머니에 넣어 준비해둡니다.





요 작은 상자는 폐물함입니다.
원래 오리미한복의 함 포장에는 들어가지 않는 품목인데요.
손님께서 따로 폐물함을 준비해오셨기에 포장해드리기로 했어요.



곱게 폐물함 포장을 마쳤습니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혼서지와 사주 포장이 끝나버렸네요.


다음으로, 청홍 채단을 엮고 있는 중입니다.
모든 과정을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실제로 와서 함 포장 하실 때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어 살짝 설명을 생략하도록 할께요. ^_^

저 명주실 엮는 과정은 볼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자, 모든 품목이 준비되면 이제 함에 물건들을 넣습니다.
오곡주머니를 다섯 방위(동,서,남,북,중앙) 에 해당되는 곳에 고정시키구요.



청홍채단을 넣고, 사주와 혼서지를 넣습니다.
물론 먼저 준비해두었던 목각 기러기와 거울 및 준비해둔 물건들도 넣구요.
맨 위에 올라가게 되는 '혼서지'는 신랑의 집에서 신부의 집에 혼인을 정식으로 청하는 문서랍니다.
함 속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지요.
 
깨끗하고 두꺼운 종이에 쓴 혼서지는 봉투에 넣어
네 귀퉁이가 금박으로 장식된 검정 겹보자기로 싸서 포장합니다.
옛날에는 신랑의 아버지가 직접 써서 사당에 고한 다음 포장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하시기 힘든 게 사실이니 저희가 대행해 드리는 것이 일반적이죠.


오리미한복 매장에 놓여 있는 3단 자수 혼례함인데요,
아주 옛날엔 이렇게 3단으로 된 함을 들이는 게 일반적이었죠.

그러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점점 간소해진 함 문화에 맞추어
지금은 하나의 함으로 간추려졌답니다.
또 요즘은 많은 분들이 함이 아닌 캐리어를 가지고 오셔서 함 포장을 합니다.


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열쇠로 함을 잠갔습니다.



함을 곱게 포장하고, 이제 함을 받는 신부만 열 수 있도록
종이로 마지막 봉합을 합니다. 



다 포장된 함을 들고 가게를 나서는 신랑님.
신부님이 함을 받을 때 까지 신랑님은 꼭 이 앞부분이 앞을 향하게 함을 들고 가셔야 한답니다.
이제 금슬 좋은 기러기부부처럼 오래도록 백년해로 하시는 일만 남았네요. ^_^